홍보 부족으로 서비스 건수 '0'
제도 모르는 시각장애인 다수
법원 “구체적 방안 고민 중”

인천지법의 점자 판결문 서비스가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

3년 전 시각장애인의 사법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시행됐지만 홍보 부족으로 서비스 제공 건수가 단 한 건도 없기 때문이다.

15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21년 6월부터 지난해까지 인천지법에서 시각장애인에게 판결문 등 재판 관련 문서를 점자 문서·파일이나 데이지(DAISY) 파일로 제공한 건수는 한 건도 없었다.

데이지 파일은 문서 내용을 음성으로 듣거나 점자 파일로 전환할 수 있는 전자 파일이다.

법원행정처는 2020년 10월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이듬해 6월부터 '시각장애인에 대한 점자 판결문 등 제공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은 판결문과 변론 기일 통지서, 피고인 소환장 등 재판 문서를 종이 인쇄물과 전자점자 파일, 데이지 파일 중에 선택해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시각장애인은 해당 서비스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창우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인천지부 사무처장은 “법원이 점자 판결문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처음 알았다”며 “회원 대부분이 이 서비스를 모르고 있다. 인천지법에서 관련 내용을 안내해주면 회원들에게도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시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권익 옹호 서비스를 담당하는 시각장애인 전영훈(40)씨도 “보통 소송 당사자가 된 시각장애인들에게 변호사나 활동 지원사, 가족이 판결문을 읽어주지만, 한 번 들으면 잊어버릴 수 있어 타자를 쳐 달라고 요구한다”며 “점자 판결문 서비스 홍보가 법원의 의무가 아니다 보니 적극적으로 안내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많이 알려지면 시각장애인들도 편리하게 사법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인천지법은 서비스 홍보에 소극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인천지법 관계자는 “장애인 사법 지원을 위한 안내 책자와 신청서를 종합민원실에 비치해 놓고 있으며 서비스를 신청해줘야 전자 판결문을 제공할 수 있다”며 “점자 판결문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구체적 방안들을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나라 기자 nar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