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우리를 찾아온 저어새, 남동유수지 큰섬 /사진=김미은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펴고 너른 하늘을 나는 새를 만난 적이 있나요?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바라보면, 먹이를 찾느라 기류를 타고 빙글빙글 같은 자리를 맴돌고 비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황조롱이, 참매, 새매… 이름만 들어도 깊은 산골에서나 만날 것 같은 새들입니다.

맹금류로 불리는 이 새들은 도심의 생태계 균형을 맞춰줍니다. 우리 인천에서도 하늘을 잘 관찰하면, 가끔 만날 수 있습니다. 도심을 벗어나면 더 많은 수의 다양한 종류의 새들을 만날 수가 있습니다.

이 새들을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없다는 것은 무얼 의미할까요? 이는 도심의 생태계가 덜 건강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해 줍니다.

인천의 승기천과 남동유수지에도 맹금류라고 불리는 새들이 날아옵니다. 이들이 나타나면 남동유수지는 긴장감이 감도는 떠들썩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맹금류가 많아지게 하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천 환경단체들의 소식지에 올라오는 소식의 공통적인 글은 모두 '쓰레기' 문제입니다. 갯벌도, 섬들도, 고속도로변도 모두 쓰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사는 생물들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모두 우리와 먼 지역의 소식들일까요?

지난 3월 저어새를 맞이하기 위한 '저어새 환영잔치'에서 남동유수지를 한 바퀴 돌아가며, 쓰레기 '줍깅'행사를 했었습니다. 쓰레기를 커다란 자루에 여러 개 담아내고도 아직 남아있는 쓰레기로 마음이 불편했다는 참가자들의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나마 깨끗해진 남동유수지에 저어새들이 찾아와줘서 다행이라 생각되는 것도 잠시, 다시 버려지는 쓰레기는 감당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내가 사는 거주지가 아니라 일터라서 그럴까요? 아무렇지도 않게 버리고 가는 시민의식의 변화가 필요하거나 법적인 규제가 필요해 보입니다.

남동유수지는 멸종위기야생동물Ⅰ급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저어새의 번식지입니다. 올해도 280마리 넘은 개체들이 찾아와 둥지를 틀고 알을 품고 있습니다.

행정상 문제로 습지보호 구역 지정이 될 수도 없어 법적인 테두리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천연기념물 저어새 번식지입니다.

저어새 생태학습관과 저어새와 친구들에서는 저어새에게 쓰레기가 미치는 문제점을 알리는 인식증진교육을 통해 시민들과 쓰레기 '줍깅'을 지속하고 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버려지고, 몰래 버려져 유수지로 밀려드는 쓰레기의 양에 생명을 담보로 한 저어새를 비롯한 생물들도, 그것을 치우는 사람들의 의지도 지쳐가고 있습니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건강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남동유수지 하늘에 맹금류가 날면 우리는 신기해서 탄성을 지르는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습지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습지공원으로 변화하는 남동유수지가 되면 좋겠지만, 현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합니다.

남동유수지가 깨끗하고 건강한 생물상을 가지는 곳이 되길 바라며, 함께 고민을 나눠주세요.

지금, 노란색의 번식깃을 가진 멋진 저어새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멀리서 잘 안 보이니 신분증 가지고 저어새 생태학습관에 오시면 쌍안경을 대여해 드립니다.

▲ 김미은 저어새네트워크 &amp; 저어새와 친구들 사무국장.<br>
▲ 김미은 저어새 생태학습관 사무국장

/김미은 저어새 생태학습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