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가정동 아파트 화재

14살 지적장애 아들 끝내 숨져
화재보험 미가입…보상 길 없어
市 “민간단체와 지원안 모색을”
▲ 지난 6일 오후 2시38분쯤 인천 서구 가정동 한 아파트 1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제공=인천소방본부
▲ 지난 6일 오후 2시38분쯤 인천 서구 가정동 한 아파트 1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제공=인천소방본부

“7명의 가족이 생활하기에도 빠듯한 형편인데 화재보험에 가입할 여력이 어디 있겠어요.”

인천 서구 가정동 한 아파트에 거주하던 김모(50)씨는 12평(39.67㎡) 남짓한 공간에서 아내(46), 자녀 5명과 지내야 하는 형편이었지만, 여느 가정 못지않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왔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6일 오후 2시30여분쯤 집 안에서 시작된 화마가 이들의 평범한 일상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4·10 총선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김씨 부부와 투표권이 있는 자녀 2명이 외출한 사이에 화재가 발생했고, 불은 14살 지적장애인인 김모군을 숨지게 하고 안락한 보금자리를 몽땅 태워버렸다. 김씨 부부가 집을 비운 시간은 고작 20여분이었다.

▶ 관련기사 : 투표하러 간 사이...지적장애 아들 화마로 사망

화재가 발생하기 직전 집에는 김군과 같은 지적장애인인 형(19)과 장애가 없는 여동생(13)이 함께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갑자기 안방에 있던 발 마사지기에서 연기가 피어올랐고, 이를 목격한 김군은 옆방으로 대피해 형과 여동생에게 이불을 덮어줬다.

평소 부모에게 들었던 “불이 나면 연기를 마시지 않도록 코와 입을 막아야 한다”는 화재 대처법을 떠올리고 한 행동이었다.

이후 사전투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김씨 등 가족은 창문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고 119에 신고하고 집에 있는 세 남매를 구하러 연기 속으로 뛰어들었다.

곧바로 김군 형과 여동생은 구조됐으나 정작 김군은 가족의 손길을 뿌리치는 등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버텼다고 한다.

불길이 거세지면서 결국 빠져나오지 못한 김군은 소방대원들에게 구조돼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이날은 김군 장례식의 마지막 날이다. 장례식장에서 사흘을 보낸 김군 가족은 슬픔을 추스르기도 전에 당장 새 보금자리를 찾아 나서야 하는 처지다.

월세 15만원을 내고 살아온 집은 화재보험에 가입되지 않아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다.

아버지 김씨는 “형편이 어려워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다. 자력으로 회생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며 “친척 집에 머물 수 있는 여건도 안 돼 막막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기초생활수급 가정인 김씨 가족은 인천시로부터 장례비와 1000만원의 시민안전보험금을 받을 예정이지만 이 지원금만으로는 이들이 일상을 회복하기엔 역부족이다.

시가 임시거소 비용을 지원하는 'SOS 긴급복지'도 기존에 받고 있던 기초생활수급자 급여와 중복되는 문제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시 관계자는 “취약계층에 재해가 발생해 매우 안타깝지만 현재로서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실질적 지원책이 마땅치 않다”며 “내달 공고 예정인 공공주택을 안내하고 민간단체와 협력해 지원 방안을 최대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변성원 기자 bsw906@incheonilbo.com



관련기사
부모가 투표하러 간 사이 화재...10대 지적장애인 숨져(종합) 인천에서 부모가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집을 비운 사이에 불이 나 10대 지적장애인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났다. 7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38분쯤 서구 가정동 6층짜리 아파트 1층 가정집에서 불이 났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당국은 안방에서 심정지 상태였던 지적장애인 A(14)군을 구조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A군은 끝내 숨을 거뒀다. 20대 임산부를 포함한 아파트 주민 2명도 창문 외부로 뿜어져 나온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불은 화재 발생 22분 만인 오후 3시에 꺼졌다. A군은 화재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