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피해아동쉼터'는 가해자로부터 상처를 받는 아이들을 보호하려고 세운 특수목적 시설이다. 노출을 꺼려 외부에선 쉼터인지 알 수 없게 비밀로 운영된다. 시설 내부는 가정집과 같다. 피해아동에게 숙식을 비롯해 일상생활, 상담·심리치료, 교육·정서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상자에게 '수용'이 아닌 '보호'를 위주로 삼는다. 기초단체들이 쉼터를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인천지역 기초단체들이 학대피해아동쉼터 설치에 너무 소극적이란 비판을 받는다. 인천에서 운영 중인 쉼터는 모두 7곳인데, 10개 군·구 가운데 설치한 기초단체는 절반에 불과하다. 지역별로는 서·계양구에 2개, 미추홀·남동·부평구에 1개씩 설치된 반면, 강화·옹진군과 중·동·연수구엔 한 군데도 없는 실정이다. 인천시가 작년과 올해 군·구를 대상으로 학대피해아동쉼터 설치 수요 조사를 진행했지만, 신청한 지자체는 없었다고 한다. 상당수 기초단체가 쉼터를 마련하는 데 별로 호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인천에선 매년 3000건 이상의 아동학대 신고가 경찰과 학교 등에 접수되고 있다. 인천은 아동 인구 1000명당 학대 피해 아이를 의미하는 '피해 아동 발견율'에서 2022년 기준 5.22명에 달한다. 7대 특·광역시 중 울산(9.73명) 다음으로 많은 형편이다. 더구나 앞으론 지자체가 공동생활가정을 쉼터로 지정할 수 없다. 지난 1월19일 시행된 아동복지법 개정안엔 학대피해아동쉼터를 아동복지시설로 새로 규정하고, 지자체가 쉼터를 직접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사회적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아주 높아진 상태다. 현재 어린이집·학교·병원 등 아동을 밀접하게 접하는 곳의 종사자들은 '학대신고의무자'로 지정돼 교육을 받고 있다. 현장에서 학대징후 발견 시 신고하지 않으면, 법적 처벌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대폭 강화했을 정도다. 상황이 이런데도 기초단체들이 쉼터 설치를 꺼리는 것은 시대착오적 행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수치에서도 알 수 있듯, 인천의 경우 어느 지역보다 아동보호 시설 확충이 요구된다. 갖가지 폭력으로 학대를 당하는 아동들이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한층 더 힘을 쏟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