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다음 주 수요일(4월 10일)은 국회의원 선거 날이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국민은 누구를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가로 뽑아야 하나 고민에 빠져 있다. 필자는 이런 고민에 빠질 때 떠오르는 정치인이 하나 있다. 바로 체코 대통령을 역임했던 '바츨라프 하벨'이다.

바츨라프 하벨은 인류에게 정치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제시한 서민적이고 소탈한 정치가이며 사상가이다. 체코슬로바키아의 민주화를 가져온 '1989년 벨벳혁명'의 주역이며, 1990년 공산체제 붕괴 후 체코슬로바키아 첫 민선 대통령, 1993년 분리된 체코 초대 대통령으로 2003년까지 대통령직을 맡았던 자기성찰적이며 소박한 정치인이다.

하벨은 정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치가 원래 부도덕한 게 아니며, 정치에 헌신하는 것도 나쁜 것이 아니다. 정치가 혐오스러운 것은 그런 정치를 하는 자들 때문이지, 정치 자체가 그런 것은 아니다. 정치는 양심과 진리를 토대로 삼아야 하고, 사회를 위한 이타적 봉사로서 실천도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하벨의 정치관이다.

누가 정치를 해야 하는가의 물음에 하벨은 정치란 무엇보다도 가장 순수한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대답한다. 왜냐하면, 정치에 발을 들여놓으면 누구든 타락에 빠지기 쉽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말한다. 정치는 도덕적 감수성, 자기를 비판하는 성찰 능력, 진정한 책임감, 취향과 재치,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 중용감각, 겸손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영역이다. 냉정한 사람, 오만한 사람, 거들먹거리는 사람, 천박한 사람이 아니라, 정치는 겸손한 사람, 정직한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라는 말이다(하벨, 불가능의 예술 중에서).

하벨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더 나은 체제가 더 나은 삶을 자동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그 반대가 옳다고 한다. 더 나은 체제를 개발하는 방법은 오직 더 나은 삶을 창출하는 것뿐이다. 당신과 내가 하는 아주 작은 선택들이 이 세상을 더 좋은 곳, 혹은 더 나쁜 곳으로 바꿀 수 있다. 거짓 속에서 살아가기를 거부하는 작은 실천, 진실을 추구하는 작은 손이 모이면 함께 풀지 못할 일은 없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누굴 뽑을 것인가? 우리에게 진정으로 '바츨라프 하벨' 같은 정치인은 없는가? 정치는 불가능의 예술이 아니라 정직하고 자기성찰적이며, 국민과 공감하는 능력, 겸손한 사람을 뽑으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가능의 예술'이라는 것을 바츨라프 하벨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김천권 인하대 명예교수∙인천학회 고문.
▲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