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희찬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강희찬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총선이 본격화 되었지만, 공약에 청년정책은 안 보인다. 정부가 2024년 내놓은 청년지원 예산을 보면 자격증 응시료 감면, 교통비 지원, 식사비 지원 등의 예산이 눈에 띈다. 그런데 더 자세히 살펴보면 소극적 예산, 즉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이라 판단되는 청년을 위한 복지예산뿐이다. 그에 반해 '적극적 예산' 즉 대한민국 청년이 세계적 인재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돕는 예산, 즉 대표적 창업지원 예산인 벤처기업경쟁력강화 예산은 올해 들어 25.6% 삭감되었다. 이처럼 중앙의 적극적 청년지원 예산이 삭감될 때는 지방이 그 역할을 담당해 줘야 한다.

대한민국에도 구글, 애플, 테슬라, 아마존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의 태초가 되었던 테크 벤처기업을 꿈꾸는 수많은 청년이 있다. 이들 기업의 성공 신화는 서로 달라 공통점을 찾기 어렵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청년 창업가 혼자가 아닌 대학, 지역사회, 국가가 함께 힘을 모았다는 것이다. 다른 일반 창업과 달리 테크벤처(기술 창업)는 대학이 모태가 되어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을 통해 원천을 제공하고, 지역이 클러스터링을 통해 유사 기업과 기관을 연결하고, 창업공간을 마련해주었고, 중앙은 자금지원과 글로벌 역량 강화를 통해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삼박자가 조화롭게 이뤄졌다.

하지만 국내 창업 생태계를 보고 있노라면 한숨만 나온다. 정부는 자금지원을 하면서, 단기간 내 실적을 요구하고, 지방과 창업 기관은 이 부처 저 부처에서 자금지원을 받아, 실적 충족을 위해 판교나 강남에 있는 기업들의 연구소기업을 지역 내에 창업시켜, 실적을 충족시킨 후엔 폐업시키고 다시 돌려보내고, 대학은 기업과 연결되지 못해 시장과 동떨어진 기술개발을 하거나 적절한 인력을 양성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지속하고 있다. 청년은 창업은 했어도 원하는 기술도 검증하지 못하고, 자금지원 기회도 얻지 못하고, 인력을 찾아 어쩔 수 없이 서울로, 판교로 떠나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 시작은 대학의 변화부터 찾아야 한다. 대학은 지금까지 본연의 역할은 교육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시장이 원하지 않는 교육이나 기술개발은 순수과학이나 인문학 분야를 제외하고는 과감하게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대학 역할의 일부는 기술창업의 모태가 되는 것이라 정해야 한다. 기술창업을 원하는 학생들이 대학을 떠나지 않고 지도교수와 지속해서 협업할 수 있도록 대학은 창업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이에 맞춰 정규 학점도 부여해야 한다. 창업공간과 지원프로그램도 대학 내에 조성해야 한다. 비정례적으로 지원되는 정부예산도 지속해서 제공되어야 한다. 한편 대학 간 벽도 허물어야 한다. 특히 한 지역 내 대학들이 사립대든 국립대든 무론하고 창업을 희망하는 학생이 어느 대학에서나 창업 관련 수업과 신제품 기술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방학 기간을 이용해 공동으로 창업 캠프를 열고, 기술 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 간 교류하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지방도 지금보다 훨씬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 보여주기식의 창업지원 정책은 이젠 안된다. 청년창업 육성을 위해서라면 대학 총장님을 만나 대학들을 연계하고, 관련 기관을 연계하고, 이미 성공한 벤처기업을 만나게 하고, 사이버 창업 플랫폼을 만들어 아이디어를 공유하게 하고, 성공사례를 나누게 하고, 원료와 제품도 원활하게 수급·판매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중앙은 당연히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자금 등 모든 지원을 하되, 그 책임은 지방과 대학 지도록 맡겨둬야 한다. 청년정책, 청년정책이라 다들 말만 하지만, 진정한 청년정책은 청년이 내일을 꿈꾸고 가슴 뛰게 되는 창업지원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강희찬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