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람의 세월' 내달 개봉

문종택·김환태 감독 공동연출
10년간 다양한 시사점 되짚어
▲ 지난 26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된 영화 '바람의 세월' 기자간담회 모습. 왼쪽부터 김일란 총괄 프로듀서, 김순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 문종택 감독, 김환태 감독.

10년. 남겨진 이들에게 찰나 같은 세월이 지났다. 누군가는 이제 그만하고 가슴에 묻으라고 말하지만, 나아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언젠가 다시 만날 아이들에게 “진실을 밝히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말해주고 싶은 이들은 다시 한 번 안전한 사회를 위한 연대의 손을 내민다.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의 세월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의 세월' 유가족의 시선을 담은 첫 영화다.

동시에 참사의 연대기를 집대성한 아카이빙 기록물인 영화는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문종택 감독과 김환태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 공동연출을 맡았다.

영화는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오롯이 담은 '우리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문 감독의 바람에서 시작됐다.

그가 직접 촬영한 50TB(테라바이트) 용량의 5000여개 영상 중 7TB 분량의 선별된 자료와 다른 미디어 활동가들이 연대하며 촬영한 자료 등을 모아 지난 10년간 유가족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기록했다.

지난 26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김 감독은 “유가족들 스스로가 10년의 세월을 정의하고 그 의미를 시민들과 나눌 수 있는, 또 가족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우리 영화'를 만들고 싶어했다”며 “그동안 세월호 참사에 관한 재현물 중 정작 가족들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는 없었기에 미디어 활동가들이 모여 함께 영화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문 감독이 참사 피해 당사자로서 현장 속에서 담아낸 기록은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다. 그는 “(진상규명을 위해 국회 앞에서 처음 카메라를 잡았을 당시만 해도) 영화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고 기록을 남기는 것도 차후의 문제로 생각할 만큼 싸우기 급했다”고 회상하며,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못하더라도 처해 있는 상황만이라도 비추고자 했다.

대부분 한 손으로는 경찰 방패를 붙잡고 흔들며 싸우다 보니 영상이 많이 흔들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영화는 날 것의 영상뿐만이 아니라 책임지고 참사를 수습하겠다던 정부의 태도가 어떻게 변해갔는지, 왜 참사의 피해자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서기 시작해야 했는지, 지난한 시간 동안 어떻게 참사는 잊히고 왜곡과 혐오만 남게 됐는지 등 다양한 시사점들을 던지며 10년을 되짚어 나간다.

김 감독은 “기본적으로 10년의 세월을 연대기적으로 펼쳐놓는 게 가장 중요했고, 그 안에서 세월호 가족들이 어떻게 한국사회와 마주하고 어떤 고민을 하며 걸음 했는지 보여주려 했다”며 “유가족들이 지난 10년을 회상하며 느끼는 감정들, 그 감정들 안에 담겨 있는 한국사회에 대한 감정을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다.

10주기 이후 발걸음에 대해 고민을 하는 과정이기도 했는데, 이번 영화가 유가족들과 우리에게 힘과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행사에 참석한 김순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세월호를 슬픈 참사로만 생각하지 말고 이번 영화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생각하며 봐줬으면 좋겠다”며 “10년간 활동해오고 여기서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모든 재난과 참사를 기억하며 진상규명 등이 제대로 이뤄져 생명 존중 안전사회로 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기념해 제작된 영화 '바람의 세월'은 다음달 3일 개봉한다.

/글·사진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