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展

용인 호암미술관서 6월 16일까지
불화·불상 등 미술품 90여점 전시
궁중숭불도 등 이건희 컬렉션 포함
▲ 용인 호암미술관이 '여성'의 관점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의 불교 미술품을 살피는 대규모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 용인 호암미술관이 '여성'의 관점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의 불교 미술품을 살피는 대규모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제공=호암미술관

용인 호암미술관이 '여성'의 관점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의 불교 미술품을 살피는 대규모 기획전을 마련했다.

27일 개막한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전은 불화나 불상 등 불교미술을 다뤘던 여타의 전시와는 달리 그동안 불교미술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전시를 기획한 이승혜 큐레이터는 지난 25일 간담회에서 “동아시아 불교 미술 속에서 불교는 여성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그리고 여성은 불교에서 어떤 가능성을 봤길래 맹렬히 불교에 귀의했는지, 두 가지 질문에서 시작한 전시”라고 설명했다.

이런 기획 의도에 맞춰 전시는 1·2부로 나눠 불교미술 속에 재현된 여성상을 살피고 불교 미술품의 후원자와 제작자로서 여성을 조명한다.

▲ 송광사 목조관음보살좌상 복장물./사진제공=호암미술관
▲ 송광사 목조관음보살좌상 복장물./사진제공=호암미술관

1부 '다시 나타나는 여성'은 여성상을 인간, 보살, 여신으로 나눠 살핀다. 다양한 불전도(佛傳圖·석가모니의 일생 중 중요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풀어낸 그림)에 묘사된 어머니 이미지의 여성, 집착과 정념을 불러일으키는 근원으로 간주했던 여성의 몸이 불화에서 묘사되는 방식, 여러 관음보살상과 보살도에 나타나는 여성형 관음보살, 승리의 여신이자 만복을 준다는 '마리지천'처럼 한국불교 속 여신 신앙의 일면 등을 살핀다.

2층 전시장에 마련된 2부 '여성의 행원(行願·자비로 다른 사람을 해탈시키고자 하는 마음)'은 숭유억불(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억제) 정책 속에서도 불교를 지지했던 왕실 여성들이 후원자로 나서 조성된 불화나 불상, 머리카락을 이용해 수놓은 자수 불화 등을 볼 수 있다.

▲ 금동 관음보살 입상, 백제, 7세기 중반, 개인 소장. /사진제공=호암미술관

2년여간 준비 기간을 거친 전시는 국내외 27개 컬렉션이 소장한 불화와 불상, 사경, 나전경함(두루마리 형태의 불교 경전을 보관하던 상자), 자수, 도자기 등 다양한 장르의 불교 미술품 90여건을 한데 모았다.

리움미술관을 비롯해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중앙박물관 등 9곳 소장처의 국보 1건(장곡사 금동여래좌상 복장물)과 보물 10건 등 40건이 출품됐다. 이 중에는 미공개작이었던 16세기 '궁중숭불도' 등 '이건희 컬렉션' 9건도 포함됐다.

해외 소장품으로는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보스턴미술관 등 미국의 4개 기관과 영국박물관 등 유럽의 3개 기관, 도쿄국립박물관 등 일본의 11개 소장처에서 빌려온 일본 중요문화재 1건, 중요미술품 1건 등 52건이 전시에 나온다.

전시는 6월 16일까지 유료다.

다만 일본 규슈국립박물관 소장품인 '구상시회권'과 혼가쿠지 소장품 '석가탄생도' 등은 5월 5일까지 전시된다. 또 일본민예관 소장품 '구마노관심십계만다라' 등은 5월 7일부터 볼 수 있다.

전시와 연계해 다음달 18일에는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국내외 불화 연구자가 참여하는 국제 학술포럼 '불화 속 여성, 불화 너머 여성'이 열린다. 5월에는 호암미술관에서 불교조각·불교사 전문가의 강연이 3차례 진행된다.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