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
▲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특임교수

작년 12월 윤 대통령은 제2차 방산 수출 전략회의에서 장교·공무원·연구원 등 퇴직공직자 취업 제한규정 개정검토를 지시했다. 그 내용은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할 때는 취업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 방산 선진국 미국의 사례를 잘 검토하라”는 것이었다. 2022년 역대급 방산수출 후 불거진 방산업체의 전문인력 부족난을 타결하기 위한 적절한 지시로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 지시 후에도 취업제한 규정개정에 별 진전이 없기에 다시금 문제의 핵심들을 들여다보고 규정개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2014년 박근혜 정부시절 '방산비리합동수사단'이 창설되었고, 퇴직 공직자들 70여명이 기소됨으로써 방위산업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였다. 다행히 기소된 사람들 대부분이 무죄로 선고되었지만 당시부터 퇴직공직자에게 일괄적으로 취업 관련 제재가 강화되었다. 퇴직 후 취업제한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났고, 취업 제한 대상기업도 확대되었다. 당시 국민적 분노가 너무도 컸기에 지금까지 그 누구도 취업 제한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그 사정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최근 방산수출 호조로 인하여 국내외에 방위산업 전문인력 소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에서는 '방산 전문인력 수급 진단 및 대안 모색'이란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포럼에서 '방산 전문인력 수급 및 유지방안'이란 과제를 연구 발표한 창원대 김호성 교수는 “취업 승인이 어려워 퇴직과 함께 그동안 쌓은 전문역량이 국내 기업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우수 인력들이 취업제한과 무관한 외국 기업에 취직하는 사례가 나타나 기술의 해외유출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으론 취업제한을 회피하려고 조기에 현직을 이탈해 관련 분야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발생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고위급퇴직자들이 취업 제한 법망을 피하여 대기업의 2, 3차 협력업체에 적을 두고 무리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전문성과 무관한 세미나, 포럼 등을 만들어 기업에 과도한 재정적 지원을 요청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민폐가 양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34조에는 특별한 경우 공직자윤리위 위원이나 소속기관장이 유권해석을 잘하면 재취업을 허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는 국가 안보상의 이유나 국가 대외경쟁력 강화,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 증명되고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 등 9가지인데 위원들의 주관적 해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합리적인 해결방안이 없을 때는 선진국의 사례를 검토하여 선택적으로 적용하면 된다. 그러한 면에서 미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개정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는 의미 있어 보인다.

미국은 세계 1등 방산 국가이지만 방산 비리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적은 없었다. 미국은 업체 취업은 별도로 제한하지 않지만, 자기가 담당했던 분야와 관련해서는 퇴직 후 업체의 이익을 대변할 목적으로 관련 공무원과 접촉이 일정 기간 금지된다. 즉 비리는 관련법에 따라 잘못한 개인만 처벌하고 우리처럼 대상자 전체의 취업을 제한하지는 않는다. 우리도 퇴직 전 저지른 비리는 개인연금지급 제한 등 독특한 법을 제정하여 잘못한 사람만 처벌하면 될 일이다. 방위산업 50년간 전문화, 계열화 등 수많은 규정이 시대적 요구에 따라 제정·개정되어 왔다. 방산이 돈 잘 버는 산업으로 인식되면서 전문인력난에 처한 지금이 퇴직공직자 취업 제한제도를 개정할 최고의 기회라 여겨진다. 세계 4대 방산 강국에 진입하려면 적재적소에 전문인력을 잘 활용하는 방산 1위 국가 미국의 제도를 준용할 필요가 있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