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투기·흡연 장소로 전락
5년 전 비해 44% 이상 철거돼
ATM·이륜차 충전부스 활용
▲ 지난 22일 오후 인천 중구 동인천역 인근 공중전화 부스 내부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요새는 휴대전화가 있다 보니 공중전화를 잘 이용하지 않아요. 하루에 쓰는 사람이 아예 없을 때도 있어요.”

지난 22일 오후 3시 인천 중구 동인천역에서 신포시장으로 이어지는 큰길 인근에는 약 10개의 공중전화 부스가 설치돼 있었다.

현장에서 30분 정도를 지켜봤지만 공중전화를 사용하는 시민은 아무도 없었다.

부스 앞에서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50대 조모씨는 “공중전화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스 내부는 쓰레기통을 연상케 했다. 부스에는 음료 컵과 마스크, 꼬치 등 각종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다.

휴대전화가 보편화하기 전 중요한 연락 수단이었던 공중전화 부스가 인천에서 5년 만에 40% 이상이 철거돼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 간신히 유지해온 1000단위 부스 수도 올해 안에 세 자릿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공중전화 사업을 전담하는 KT링커스에 따르면 인천에 있는 공중전화 시설 수는 지난달 기준 1000여대다.

이는 5년 전인 2019년 같은 기간 1800여대와 비교하면 44.4% 급감한 수치다.

얼마 남지 않은 공중전화 부스 중 일부는 '통화'라는 원래 목적 대신 쓰레기 투기 장소로 전락하거나 일대가 흡연 장소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공중전화 부스에 은닉하는 수법으로 마약을 거래해온 사실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더구나 젊은 세대에게 공중전화는 낯선 존재다.

20대 여성 김모씨는 “휴대전화가 없어서 딱 한 번 써본 적은 있다”며 “오가며 보긴 해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강하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중전화 부스에 새로운 기능을 더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은행 현금자동인출기(ATM)를 함께 설치해 동시에 운영하거나, 전기차 충전소나 휴대전화 휴대용 배터리 대여 공간 등으로 활용하는 식이다.

인천에서도 ATM기가 설치된 멀티부스(63대)와 전기 이륜차 충전부스(18대), 휴대전화 보조 배터리 대여 공간(12대)이 운영되고 있다.

KT링커스 관계자는 “보통 유동인구가 많은 쪽은 공중전화 부스를 유지하고 민원이 들어오거나 통행 불편을 야기하는 경우엔 철거를 진행한다”며 “예전에는 단순히 통화만 하는 부스였다면 지금은 여러 기능을 더해서 시민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정혜리 기자 hy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