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원 우크라이나 키이브국립대 교수.
▲ 김석원 우크라이나 키이우국립대 교수

지난 3월8일은 국제여성의 날이었다. 전시 중이라 국가적인 행사는 없었지만 여러 사람이 꽃을 주고받았다. 대학에서도 모든 여선생님과 교직원에게 작은 선물과 꽃을 주었고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튤립을 선물했다. 필자는 전선의 여군을 생각하며 우울했다.

우리나라 스포츠에서도 예전에는 여성들이 큰 활약을 많이 했는데 우크라이나에서도 올림픽이나 세계 선수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은 남성보다 여성이 많다.

나라가 어지럽고 힘들 때면 여성들도 남성 못지않게 사회참여를 하곤 했는데 이번 전쟁으로 더 많은 여성이 전선에 나가게 되었다. 2004년 오렌지혁명과 2014년 마이단(광장) 혁명에서도 여성들이 맹활약했다.

소련에서 독립한 1991년 우크라이나 여군의 존재는 미미했는데 군무원과 여군을 합해서 만 명 정도가 근무했다. 당시만 해도 군대는 남성들의 소유물같이 여겨져서 전투병과에는 여군이 없었고 의무 행정 취사 재봉 등 비전투 보직을 받았다.

이미 2014년부터 러시아 지원을 받은 의용군을 가장한 반군들이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전투를 일으켜 만 5000여명의 사상자를 내면서 점차 여군들도 전투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여군은 전투에 참여할 수 없다는 법규정이 2016년 개정되었고 아직도 남녀의 성차별은 일부 남아있지만 2018년 법률적으로 남녀 차별을 없앴다.

마침내 2022년 2월24일 러시아군의 전면 침공이 시작되었다. 키이우에서 100㎞북쪽의 벨라루스를 통해서 밀고 내려왔고 남쪽 크림반도 쪽에서 올라왔으며 동쪽 돈바스에서도 진격했다. 전쟁 초기 조국을 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지원자가 물밀듯 몰렸다. 예비역들은 군 경험이 있어 바로 전선에 투입되었지만, 지원자 중에는 여성들도 상당수 있었는데 기초적인 군사훈련을 시작하였다. 정규군과 비정규군으로 나뉘었는데 체력이 좋은 여성들이 정규군에 편입되어 전선으로 나갔고 비정규군은 지역방위군으로 편성되어 위장막과 화염병 등 군수품을 만들고 지역 경계를 했다.

요즘 최전선으로 나가는 여군은 저격병 전차병 포병 보병 등 이전 남성들이 맡아 수행하던 작전을 똑같이 수행하고 있으며 최전선 참호에서 전투하는 여군도 있고 재블린을 메고 러시아 탱크에 근접하여 폭파하는 여군도 있다. 최근에는 신체적으로 남성과 차이가 없는 드론 병과에도 상당수의 여군이 포진하고 있으며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전체적으로 우크라이나 여군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6만5000여 명이 있다. 장교(약 8000) 부사관(약 1만3000) 일반병(약 3만) 그리고 방위군(약 1만5000)이 전후방 전역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그들 중 만여 명은 오늘도 최전선에서 전투에 임하고 있으며 많은 전과를 세우고 있다. 전선의 사상자가 늘어나면서 앞으로 더 많은 여군이 전선으로 나가리라 예상된다.

이제 여성용품이 지급되고 방탄조끼나 철모도 여성들에게 맞게 제조하여 보급하고 있다. 여군에는 대학이나 군사학교에서 군사교육을 받은 장교도 있지만, 학생, 주부, 여러 직장인, 배우, 모델, 운동선수 등 거의 모든 직종의 여성들이 자원입대하여 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집 근처 대학 군사학교에 얼굴이 앳된 어린 여학생이 등에 총을 메고 종종걸음 하는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짠하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비상계엄 하 정국으로 18~60세 남성은 외국 여행이 제한되며 27세 이상의 남성은 군 징집 연령이다. 지난 2년간 많은 인명 피해를 입은 정부는 아직은 남성만 징집하고 있지만 전선의 상황이 더욱 악화한다면 강제 징집은 아니더라도 여성도 군에 동원할 수 있는 조처를 할 가능성이 높다. 아름다운 우크라이나 여성들이 가정으로, 사랑하는 사람 곁으로 하루속히 돌아오기를 기원한다.

/김석원 우크라이나 키이우국립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