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동윤 인천시 시민통합추진단 위원
▲ 홍동윤 인천시 시민통합추진단 위원

거대 양당이 '시스템 공천'을 한다고 요란하게 떠들어, 공정하고 객관적인 공천을 기대했다. 물론 이런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는 데는 두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당 주류인 친윤석열계와 현역 의원들이 대거 공천장을 받으면서 친윤과 현역의 불패를 확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친명계 원외 인사들이 경선에서 비명계 현역 의원을 누르는 비명횡사·친명횡재 공천을 완성했다. 양당이 강조했던 시스템 공천은 무색해졌다.

시스템 공천이 떠오른 이유는 공천 과정에서 당 대표의 권력 남용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1963년 김종필 총리가 민주공화당을 창당하며 “공천권은 당 총재에게 있다”는 내용을 당헌에 포함한 이래 공천권은 항상 당 대표의 고유 권한이었다.

여당의 공천권은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아 당 대표와 대통령 간 갈등이 불거진다. 20대 총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김 전 대표는 완전국민경선제를 밀어붙이고 있었으나 친박계의 반대 속에 무산됐다. 김무성은 일부 인사의 공천 추천장에 날인을 거부하며 잠적했다. 180석을 자신하던 새누리당은 그해 총선에서 패배했다.

시스템 공천은 후보에 대한 적절한 기준의 자격 심사가 일반적인 원칙이지만, 당 지도부의 입김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민의 여론을 반영할 수 있는 상향식 공천 제도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게 여론조사의 방식으로만 국한될 때, 당 지도부가 얼마든지 주관적 설계와 조작이 가능하도록 개입하게 된다. 이번 공천에서 양당은 여론조사만이 아니라 기준 설정도 자신들의 의도를 관철해 계파의 결집에 성공했다.

국민의힘은 처음 시스템 공천을 도입했지만, 찐윤 이철규·이용·박성민, 윤핵관 권성동·정진석·윤한홍이 공천을 받았다. 용산 대통령실과 내각 출신 친윤들도 다수 공천이 확정됐다. '용핵관'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은 양지라고 할 수 있는 부산 해운대갑에,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도 경북 영주·영양·봉화에 전략공천됐다. 김은혜 전 홍보수석과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도 보수세가 강한 경기 성남분당을과 충남 홍성·예산 후보가 됐다.

대다수 현역 의원들이 공천장을 받으면서 국민의힘의 현역 물갈이율은 35.1%에 그쳤다. 4년 전 21대의 43.5%와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셈이다. 국민의힘의 공천을 두고 '조용한 공천'이라는 평가와 함께 혁신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민주당은 친명계 약진, 비명계 몰락으로 공천 결과를 요약할 수 있다. 현역 비명계 의원들 상당수가 하위 10~20% 평가를 받았다. 양당 시스템 공천의 결론은 친윤과 친명의 대약진이다. 합리성, 공정성, 도덕성 등 민심과 거리가 먼 강력한 정치 전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홍동윤 인천시 시민통합추진단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