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옹진군 백령·대청도는 서해 최북단에 위치한 섬이다. 인천 뭍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그만큼 섬 주민들은 육지와의 왕래에 큰 불편을 겪는다. 날씨가 험해지면, 뱃길이 끊어지기 일쑤인 등 일상 생활을 하는 데 갖은 애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들 섬에 가려면, 8시간 이상 걸리는 등 뱃길이 만만치 않았다. 지금은 편도 4시간 정도면 닿는 등 꽤 편리해지긴 했지만, 주민들은 삶에 큰 변화 없이 이러구러 지내고 있다. 여기에 황해남도와 거리가 약 12㎞에 불과할 만큼 북한과 가까운 백령·대청도는 북한 동정을 예의주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우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도 수많은 관광객이 이들 섬의 자연 풍광에 반해 자주 방문한다. 백령도의 두무진과 사곶해변을 비롯해 대청도의 바닷가 모래언덕(해안사구) 등은 찾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우리나라에서 정말 보기 드문 광경으로, 하나같이 관광객들의 호평을 받는다. 게다가 사면이 바다인 섬이어서 어종도 풍부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바다낚시를 즐기는 이들에게 이들 섬은 환상의 멋과 맛을 선사한다. 주민들의 인심 또한 좋아 해산물을 즐기는 이들에겐 '안성맞춤'으로 불린다.

지형적으로 빼어난 '백령·대청 국가지질공원'이 새 유네스코(UNESCO) 세계지질공원 후보지로 선정돼 관심을 모은다. 환경부가 최근 진행된 제29차 지질공원위원회에서 이렇게 정했다. 2019년 6월 국가지질공원으로 이름을 올린 백령·대청엔 한반도에서 관찰되지 않는 10억~7억년 전 신원생대 암석들이 존재한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남조류 화석이 발견되기도 했다.

백령·대청도는 육지였다가 후빙기 때 해수면 상승으로 섬이 됐다고 알려진다. 환경부는 11월 말까지 백령·대청도의 세계지질공원 지정을 UNESCO에 신청할 계획이다. 후속 절차를 고려하면 그 지정 여부는 2026년 이뤄질 전망이다. 세계지질공원은 학술적 가치를 지닌 명소와 경관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하고자 정한다. 48개국에 195곳이 있다. 현재 국가지질공원은 총 16곳. 이 가운데 제주와 청송 등 5곳은 이미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됐다. 이번에 백령·대청도가 그 가치를 인정받아 새롭게 올린 셈이다.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경관이 우수한 백령·대청도가 하루빨리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보전되길 희망한다. 그렇게 해서 교육·관광 등과도 밀접하게 연계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었으면 싶다. 인천시는 지정 전이라도 백령·대청도의 '힘'을 널리 알려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았으면 한다. 그래서 '상생(相生)'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으리라.

▲ 이문일 논설위원.
▲ 이문일 논설위원.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