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홍어는 발효 기간을 거쳐 아주 톡 쏘는 맛으로 미식가들의 호평을 받는다. 이렇게 먹는 방식으로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도 많다. 푹 삭힌 홍어의 냄새를 못 견뎌 싫어하는 이들도 있는가 하면, 오히려 이를 즐기는 사람도 수두룩하다. '호불호'가 갈린다는 뜻이다. 홍어 전문 식당에선 숙성에 따라 등급을 나눠 손님들이 원하는 것을 내준다. 홍어·김치·수육의 '홍어 삼합'이 대세를 이루는데, 마무리를 홍어탕으로 내놓기 일쑤다.

한때는 홍어가 잘 잡히지 않아 칠레 등 남미에서 수입한 홍어를 쓰기도 했지만, 그 맛에선 국내산을 따라갈 수 없었다. 흔히 홍어는 흑산도 등 신안 앞바다에서 주로 잡힌다고 생각한다. 정설처럼 여긴다. 그런데 홍어잡이의 '원조'는 옹진군 대청도다. 흑산도 홍어 조업도 사실 인천 앞바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창때 대청도의 홍어잡이 어선만 100여척에 달했을 만큼 호황을 누렸다. 그러다가 1970년대 이래 북한과 인접한 관계로 어업 규제에 들어가자, 홍어를 잡던 상당수 대청도 어민은 남쪽으로 이주해 흑산군도에 홍어잡이인 '걸낙' 방식을 전파했다고 한다. 이후 홍어 어획량이 높은 대청도보다는 흑산도를 주산지로 꼽게 됐다. 홍어 조업은 6월1일부터 7월15일까지 금어기를 제외하곤 아무 때나 가능하다.

삭힌 홍어를 즐기는 호남 주민 덕에 홍어 거래처는 영산포와 법성포로 자리를 잡았다. 심지어 대청도에서 잡은 홍어도 여기서 유통됐다. 수도권 소비처를 감안해도 대청도 홍어가 아랫녘으로 이동하는 이유다. 영산포 등지에서 숙성된 홍어는 호남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퍼진다. 대청도 홍어의 특징은 삭혀서 먹지 않는다는 점인데, '생홍어'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다.

대청도 어민들이 올해 홍어를 잡을 수 있는 허용량 확대를 요구해 관심을 끈다. 해양수산부에 홍어 총허용 어획량(Total Allowable Catch·TAC) 인천 배분량 251t을 300t으로 추가 확대해 달라고 건의했다. TAC란 어종별로 연간 잡을 수 있는 상한선을 정한 수산자원 관리 제도다. 대청도 홍어는 2009년부터 이를 적용받아야 했다. 대청도 홍어 총허용 어획량은 2021년 7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201t이었고, 2022년 7월∼지난해 5월엔 250t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올해 들어 홍어가 많이 잡혀 벌써 TAC 소진율이 절반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대청도 어민들은 너무 일찍 TAC 할당량에 도달했을 때 남은 조업 동안 홍어 조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한다. 이런 어민들의 걱정을 씻어내고 대청도 홍어잡이가 더욱 풍성해지길 기대한다.

▲ 이문일 논설위원.
▲ 이문일 논설위원.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