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동행카드. /사진제공=연합뉴스
▲ 기후동행카드. /사진제공=연합뉴스

최근 서울시가 기후동행카드 사업 확대를 진척하지 못하자 느닷없이 경기도를 저격하며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다. 시가 서울지역 특성만을 반영한 사업을 경기지역으로 무작정 확대하려는 중 막대한 예산이 발생하자 도를 공격하고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뜬금없이 경기도 때문?

3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지난해 9월 기후동행카드 사업 계획을 발표한 뒤 올해 1월부터 시행 중이다. 사업은 월 6만원 대로 시내버스와 지하철,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는 시 자체적으로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 김포시를 시작으로 올해 군포·과천시와도 업무협약을 각각 맺으며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서울시는 이 과정에서 경기지역에 준공영제가 전체적으로 시행되지 않기에 시·군별로 논의하는 게 용이하다며 경기도와 협의하지도 않았다.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느닷없이 기후동행카드 사업 확대와 관련해 경기도를 압박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1일 시의회 임시회 시정 질의에서 “(기후동행카드 사업에 대해) 경기도가 한 푼도 낼 수 없으니 기초 지방자치단체들이 돈이 있으면 들어가라는 입장”이라며 “사실상 도와주지 않는 셈”이라고 도를 저격했다.

도는 즉각 반박했다. 김상수 도 교통국장은 같은 달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도가 도와주지 않아 각 시·군이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도 하고 있어 도는 오 시장에게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도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향후에도 시·군의 사업 참여 여부는 자율적 판단에 맡길 것”이라고 했다.

이후 오 시장은 같은 달 27일 ‘서남권 대개조’ 기자간담회에서도 기후동행카드 사업과 관련해 도를 재차 공격했다.

오 시장은 이 자리에서 “경기도에서 서울시로 출퇴근하는 분들 중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고, 서울에서 많이 돌아다녀야 하는 분들은 기후동행카드 이용이 절실한데 경기도가 이 점을 애써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기후동행카드 활용 범위가 경기지역으로 확대될 경우) 추가 재원의 60~70%를 서울시가 부담하게 된다”며 도가 서울시 대비 적은 예산조차 내지 않는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김상수 도 교통국장은 오 시장의 발언 하루 뒤에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시의 예산 60% 지원과 관련해 경기도는 어떤 협의도 한 바 없다”며 “기후동행카드 참여 여부는 온전히 시·군의 자율적 결정 사항”이라고 다시 반박했다.

그러자 이번엔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이 같은 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예산 60% 지원은) 시·군에서 참여를 요청하는 경우 서울시와 시·군이 운송 손실금을 분담하는 것을 전제로 협의하고 있다”며 “사용자가 서울에서 카드를 썼으면 서울에서, 시·군에서 썼으면 시·군에서 보전하는 거로 원칙을 잡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기도민이 시·군 내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서울로 출근해 운송기관을 이용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기에 서울의 부담이 더욱 크다”며 “경기도의 비협조로 시·군에서 기후동행카드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결국 도민은 ‘The 경기패스’밖에 이용할 수 없어 선택권과 혜택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 실장의 주장에 대해 도는 지난 1일 설명자료를 내고 “(윤 실장 말대로면) 시·군과 서울시의 재정손실 분담 비율은 시·군별로 매월 다를 수밖에 없고 경우에 따라선 시·군이 서울보다 더 많은 재정손실금을 부담해야 한다”며 “서울시의 정확한 계획과 입장 설명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사업 계속 확대하려 하고, 도는 올해 5월 경기패스 사업 시행을 앞두고 있어 이들 지자체의 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예산 감당 안 된 서울시, 김포·군포·과천시와도 논의 진전 못해

이런 사태는 서울시가 지역 특성만을 반영한 기후동행카드 사업을 경기지역으로 무작정 확대하려 하다 예산 감당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동행카드 사업을 경기지역으로 확대하려면 광역버스에 관련 시스템을 구축해야 그나마 실효성이 있다. 경기지역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도민들은 주로 광역버스를 이용한다는 게 도 관계자 설명이다.

그런데 해당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해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 시스템 구축·유지 비용은 서울시와 경기도가 공방전을 벌이는 운송손실금과는 별개다. 도에 따르면 시·군마다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선 3억4000만원이, 유지하기 위해선 해마다 2억3000만원이 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서울시는 업무협약을 맺은 김포·군포·과천시와의 논의 중 이에 대해선 언급도 못 하고 있다. 서울시는 사업에 지하철만 적용하는 방안을 이들 시에 얘기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서울시와 이들 시의 논의는 진전하지 못하고 시행 시기, 예산 분담 비율 등 모두 제대로 확정하지 못했다.

김포시 관계자는 “시스템 구축 등과 관련해서 누가, 얼마를 부담할지 아무 얘기를 한 게 없기에 운송손실금 등 모두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군포시 관계자도 “지하철과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에 대한 현황을 서울시와 공유하긴 했는데, 광역버스에 시스템을 구축하는 얘기에 대해선 서울시가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서울시가 기후동행카드 사업에 도민들이 서울로 출퇴근할 때 주로 이용하는 광역버스는 물론 신분당선 이용은 혜택에서 제외하면서 비롯됐다. 따릉이 역시 서울시에서 운용하는 자전거이기에 도민들은 이 사업에 혜택을 받기 힘든 구조라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기에 경기지역에서 이 사업을 적용했을 때 큰 실익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도가 지난 1월 자체적으로 분석했을 때, 최대 6% 정도만 기후동행카드 사업이 도가 추진하는 경기패스보다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6%는 한 달에 8만5000원 이상의 교통비를 쓰는 도민의 비율이다. 이 비용 이상부턴 경기패스 혜택이 더 크다.

예를 들어 한 청년이 월 8만5000원의 교통비를 쓴다면 기후동행카드(6만5000원)의 경우 2만원의 혜택을 보는 반면 경기패스의 경우 30%를 환급받아 2만5500원의 혜택을 본다. 고양·구리·하남·양주·의정부·남양주·성남·용인시 등이 기후동행카드 사업 참여를 검토했다가 중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를 무시한 채 기후동행카드 사업 확대를 계속 추진 중이다.

도 관계자는 “서울시가 본질이 아닌 것을 본질인 것처럼 얘기하며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도를 압박하고 있다”며 “이런 식이면 당연히 정치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가 추진은 하는데 막상 시행하기 전에 예산을 감당하기 힘드니 경기도를 걸고넘어진 꼴”이라며 “책임감 없는 행정을 그대로 드러낸 것”고 말했다.

/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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