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볼모'…정부 - 의료계, 끝없는 강대강 대치

문 정부때도 '400명 증원' 갈등
당시 '원점 재논의' 사태 일단락

현재 道 전공의 67.6% 사직서
정부 “전처럼 선처없다” 강경
도, 재난안전대책본부 격상 운영
▲ 사진은 6일 인천 시내 의과대학 모습.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 사진은 6일 인천 시내 의과대학 모습. /인천일보DB

의대 증원을 놓고 겪고 있는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사태가 3년여 전과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 정부와 의료계는 환자를 볼모로 대화와 타협 없이 극한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다.

 

▲3년여 전과 어떻게 다르나?

25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0년 7월23일 문재인 정부는 10년 동안 의대 정원을 해마다 400명씩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3058명에서 3458명씩 모집하겠다는 계획이다. 의료계는 당시 의사 수가 늘면 서비스 질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반발했다.

전공의들은 같은 해 8월7일 총파업을 했다. 전공의협의회는 이때 90%가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어 전공의들은 개원의 등과 함께 14일에도 파업했다. 정부는 이들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응하지 않으면 형사 고발을 하겠다고 했다.

경기도는 전공의들이 총파업을 한 첫날 정부 대처에 맞춰 비상진료체계를 구축했다. 도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시장·군수 명의로 할 수 있는 진료명령 등 행정조치를 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전공의들은 8월21일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그 결과 정부는 9월4일 의료계와 원점에서 재논의하겠다고 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3년여 지난 윤석열 정부는 2025년부터 10년 동안 의대 정원을 2000명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3058명에서 5058명으로 늘리겠단 구상이다. 의료계는 3년여 전과 비슷한 이유로 반발했다. 역시나 전공의들은 공식적으로 20일부터 파업에 돌입하가겠다고 예고했다. 전공의들은 지난번과 달리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업무를 중단한다는 의미에서 파업과 똑같다.

파업 직전 날인 19일 경기지역 전공의들은 2337명 중 884명(37.82%)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형사 고발을 하겠다며 3년여 전과 똑같이 대응했다. 다만 정부는 이전처럼 선처는 없을 것이라며 강경한 의지를 드러냈다. 도는 정부의 보건의료재난 위기 '경계' 경보 발령에 따라 비상진료대책 상황실을 마련하고 응급의료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그래도 전공의들은 파업 기조를 유지했다. 22일 기준 경기지역 2321명 중 1568명(67.6%)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불과 3일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도는 23일 정부가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하자 기존에 운영 중이던 비상진료대책본부를 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했다. 정부와 도가 의료계 사태에 따른 대응 수위를 이렇게까지 끌어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도는 응급의료 협력체계를 중증환자를 우선 돌보도록 했고 의료원(수원·이천·안성·의정부·파주·포천)의 진료 시간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좀처럼 물러설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정부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기로 하는 등 대응 방안을 계속 내놓고 있다. 강대강 대치가 계속될 분위기다.

 

▲“언제 끝날지 몰라도 지금이 더 심각”

의료계와 정부는 이런 갈등 사태가 2∼3주 정도 지나면 파국으로 치닫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측 모두 늦어도 3주까지가 의료대란을 막을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는 셈이다. 2020년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때에도 해당 기간이 다가오자 사태를 일단락하는 수순을 밟았다. 다만 이번엔 이 기간을 넘길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은 “의료계는 수동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에 사태를 해결하는 데는 정부의 자세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들이 의료를 포기하는 지금 상황을 안일하게 보는데 굉장히 심각하다”며 “개원의 등도 파업을 검토하고 있다. 이대로면 2~3주는커녕 그전에 폭발하는 사달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도 3년여 전엔 현재처럼 전공의들이 파업 기조가 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도는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는 의료계와 정부 간 접점이 보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류영철 도 보건건강국장은 “2020년에도 전공의들이 파업이 있었지만, 그땐 일부가 남아서 업무를 봤다”며 “근데 지금은 업무개시명령, 면허 취소 등 얘기가 나와도 이를 어떻게 피하려는 그런 상황이라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리 접점을 찾긴 해야 하는데 정부가 필수 의료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어서 이를 내놓으면서 접점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류 국장은 “응급이나 중증 환자를 우선 확인하며 차질을 빚거나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남은 자원을 집중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가 4·10 총선을 앞두고 환자를 볼모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있다”며 “지난해 건설노조를 악마화 한 뒤 지지율이 끌어올린 정부의 그림자가 지금도 보인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신상진 성남시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작금의 사태를 심각하게 보아야 하고 부처 보고를 그대로 믿지 말고 의문을 갖고 면밀하고도 유연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며 “문재인 정권 때 대응과는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매년 2000명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는 복지부가 근거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태도는 의사들의 협조는 커녕 더욱 자극해 의료대란이 일어나게 하는 원인제공을 하게 돼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만약 집권당(국민의힘)이 총선에 패한다면 패인을 제공한 책임도 면하기 어렵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관련기사
[뉴스속으로] '용인 경전철' 법정 공방 용인시가 법원의 경전철 사업 관련 판결을 놓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시가 판결에 불복하면 10년여 끌어온 법정 싸움을 더 이어가게 되면서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이 예상된다. 반면 시가 인정해도 판결에 반발하고 있는 배상 당사자인 전직 시장 등과 또 다른 소송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18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용인시는 지난 15일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재상고 문제에 대해선 소송대리인 등의 법률 자문을 받아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의 상고 여부는 판결 이후 3주 안에 결정해야 하는 만큼 3 [뉴스속으로]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이직률 급증 경기도가 공직유관단체인 (재)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의 급증하는 이직률을 수년째 방치하고 있어 논란이다.8급(주임) 진급자와 신규임용자(9급·사원)의 급여가 같아 하위직 직원의 이직이 잦기 때문이다. 정작 도는 경기도의회와 월드컵재단의 개선책 마련 요청을 묵인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7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2년 1월 월드컵재단에 입사한 8급 A씨가 2년 1개월만인 지난 5일 퇴사하면서 8급 정원 3명 중 1명만 남았다. 9급은 신규채용으로 정원(6명)을 채웠지만 2022년부터 현재까지 4명이 퇴사했다. 적게는 1년 9 [뉴스 속으로] '경기도 선수촌' 건립 본격화 경기도 체육계의 숙원사업인 선수촌 건립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그동안 합숙소, 훈련장 등의 인프라 부족으로 경기도 선수단이 훈련 등에 애를 먹었다.10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해보면 도는 지난달 27일 '선수촌 건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 공고를 냈다. 오는 11일까지 가격입찰서 및 제안서 등을 제출받아 입찰을 진행한다. 도는 용역을 통해 ▲선수촌 건립 필요성 및 대안 검토 ▲공간 구성 기본계획 수립 ▲사업비 산정 및 타당성 조사·분석 ▲관리·운영체계 및 활용 방안 등을 제시할 예정이다.전국에는 [뉴스 속으로] 여야 정치권의 '수원·화성 군공항' 네 탓 공방…유권자는 "불편해" 4·10 총선을 앞두고 수원시와 화성시 지역 최대 현안인 '군공항 이전'에 대한 여·야 거대 양당의 네 탓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사회적 갈등 해결을 위한 '협치'가 중요한 사안인 만큼, 유권자들 사이에서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 [4·10 총선] 해묵은 과제 해결, 새판 기대감인천일보는 유권자 알 권리 차원에서 그간의 보도 기록을 기준으로, 군공항 피해 실상과 굵직한 정책의 변천사를 정리했다. 또 국회에 바라는 주민 목소리와 전문가 의견을 들어봤다. ▲“과거가 아닌 미래를 위한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