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소각시설 '아마게르 바케' 탐방기

연 40만t 처리 열병합발전소
인공암벽·스키장 조성 명소화
기피시설→관광지 변신 성공
해마다 방문객 5만여명 찾아

친환경 설계 주민과 함께 고민
주민 “오히려 좋아” 여론 반전
혐오 인식 한국과 상반된 반응
유 시장 “지역 친화 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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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게르 바케(Amager Bakke)

“저희에게 발전소(소각시설)는 혐오시설이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한 것입니다.”

덴마크 현지시각으로 지난 22일 여왕궁과 2km 떨어진 '아마게르 바케(Amager Bakke)'.

흰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굴뚝을 따라 하늘 높이 뻗은 인공 암벽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약 85m 높이의 전망대에 올라가 보니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녹색 인공 슬로프가 조성돼 주민들이 스키를 즐기고 있었다. 쓰레기 더미를 처리하는 시설로 가득한 한국의 소각시설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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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게르 바케 잔디 슬로프

독특한 외관과 다양한 문화시설로 주목받지만 아마게르 바케 본연의 용도는 연간 40만t의 폐기물을 전기와 열로 생산하는 열병합발전소다.

주민 페르 니리케(Per Nylykke·53)씨는 “스키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덴마크를 방문해 이곳을 소개하기 위해 데리고 왔다”라며 “과거 쓰레기를 모아두는 곳이었는데, 이렇게 시설을 해둬서 지역 주민들은 오히려 좋아한다”라고 전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전기와 열은 인근 지역 15만여 가구에 공급된다. 에너지원인 발전소가 도심 안에 있다 보니 코펜하겐의 지역난방 시스템은 효율적이다.

아마게르 바케 관계자는 “폐기물을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 조성된 곳으로 당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현대적인 시설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혜택을 주자는 것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덴마크 지역 주민들도 발전소를 처음부터 친근하게 느끼지는 않았다. 한국처럼 기피시설이었지만 정부의 설득 끝에 주민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덴마크 정부는 아마게르 바케 조성 당시 주민친화형 디자인을 조건을 내걸고 공모를 진행했다. 친환경 설계를 주민들과 함께 고민하며 '폐기물 처리시설도 투명하고 깨끗할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다.

코펜하겐 주민뿐 아니라 인근 국가들에서도 이 시설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연간 5만여의 관광객이 아마게르 바케를 찾는 것으로 확인됐다.

독일에서 온 폴(paul·19)씨는 “덴마크에 가면 이곳을 가봐야 한다는 친구의 말에 구경하러 왔다”라며 “냄새가 나지도 않고 이곳이 폐기물을 처리하는 발전소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독일에도 있으면 이런 시설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덴마크를 보니 우리가 소각시설을 막연히 혐오시설이나 기피시설로 생각하는데 벗어나야 한다”라며 “정책 또한 시민들에게 유익한 편의시설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앞으로 원만하게 환경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시에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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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코펜하겐=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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