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 국가

지난달 12일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일이다. 환승을 위해 대기하던 나를 건장한 외국인 남자가 어깨를 툭 치며 “코리아?”라고 묻는다. “그렇다”고 했더니 예상했다는 듯 웃으며 말한다. “코리아, 나이스. 베리 나이스!” 큰손으로 엄지척까지 날리면서. 이 경험담을 지인들과 공유할 때마다 다양한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일본인이냐 중국인이냐 묻고 나서 한국인이냐고 물었는데 요즘은 처음부터 한국인이냐고 묻고, 그럴 줄 알았다며 환한 미소로 반겨준다는 둥, 페루 리마의 호텔 음식점 여종업원이 우리말을 유창하게 하는 이유가 수도 리마에만 한국어 학당이 두 개나 있고, 현지 학생들이 끼리끼리 모여 한국어는 물론 K-pop을 배운다는 둥, 심지어 관광지에서는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음식점 종업원에게 많은 팁을 주어야 하는 부작용이 있다'라는 엄살 섞인 우스갯소리까지 이어졌다. 반도체 같은 첨단제품, 조선 및 자동차 같은 중후장대 산업, 원자로 및 자주포 생산 같은 특수업종은 물론 BTS, 블랙핑크, 오징어 게임 등 K-contents 분야에서도 세계적 관심을 받는 것이 사실이니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자생적 한류

중앙아시아에 있는 타지키스탄은 산악국가로 인구가 1000만명 남짓한 작은 나라로 우리 교민은 100명 미만이다. 지난 2023년 10월 중순 이 나라 수도인 두산베의 도심에 있는 작은 음식점 앞에 교복 차림의 현지 여학생을 포함해 열 명 정도의 손님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K-BUNSIK('한국식 분식'이라는 의미)이라는 상호가 붙은 이 음식점은 한국 라면, 김밥, 떡볶이를 주로 팔고 있다. 놀랍게도 이 음식점의 주인은 타지키스탄 사람이고, 인터넷으로 한식요리법을 익혔다고 한다. 타지키스탄에 한국 음식점도 없는데 분식집이라니 참 희한한 일이다 싶었는데 올 1월에 다시 방문했을 때는 한국 빵집이 새로 생겨 성업 중이고, 곧 한국식당도 생긴단다. 미국 LA같이 우리 교민이 많은 것도 아니고, 베트남 하노이같이 한국관광객이 많은 것도 아닌데 현지인 고객을 위한 '자생적 한류'의 출현인 셈이다.

 

위기를 기회로

지난 60여년 동안 우리나라가 보여준 절대빈곤의 극복, 근대화 및 민주화의 과정은 자본주의 역사상 전례가 없다. 무상으로 원조를 받던 희망 없는 수혜국 지위에서 벗어나 공적개발원조(ODA)로만 매년 4조5000억원 이상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공여국으로 전환한 국가도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많은 전문가의 분석이 제각각이지만 다음의 세 가지 요인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첫째, 가난을 극복하는 과정도, 민주화를 이루는 과정도 험난했으나 결국은 이겨내고 실천하였다는 점이다. 부정부패, 부조리가 있었으나 개선하는 방향으로 국민이 행동하였다. 둘째, 주권회복과 경제발전을 위해 모두 힘을 합쳐 노력하였다, 특히 독립운동가, 노동자와 기업가, 연구자와 공무원들의 헌신이 존재했다. 빈궁한 살림에도 자녀를 학교에 보낸 부모들의 희생이 있었다. 셋째, 위기를 기회로 바꾼 능동적 대처가 주효했다. 세계무역 확대기인 1960년대에는 수출 위주 성장전략이, 1995년 무역 보조금이 금지된 이후에는 과학기술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졌다. 1997년 외환위기에 보여준 금 모으기 운동은 국민적 행동의 결정판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정치만이 후진적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 오는 4월 10일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를 우리나라가 일등국가의 마지막 조건을 달성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앞서 우리나라의 성공 요인을 국회의원의 조건에 대입하면 첫째, 인천의 미래를 위해 실천하는 후보, 둘째, 사리사욕을 내려놓고 인천시민을 위해 헌신하는 후보, 셋째, 과학기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후보가 가장 적격이다. 연꽃은 진흙탕에서도 피지 않는가.

▲ 이종일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 이종일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이종일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