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로 문화 기행을 떠나봅니다.
늑대 젖을 먹고 자라났다는 로물루스(Romulus) 형제들이 조그만 도시에 로마를 건국한 후, 약 700년 동안 고대 로마는 지중해 문명권을 모두 통치하게 되고, 아우구스투스를 초대 황제로 로마제국을 세웠습니다.(BC27년) 로마제국 건립 이전, 공화정 시대에 크게 활약했던 인물이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로 유명한 카이사르입니다. 그렇게 대단했던 고대 로마도 결국 게르만 용병들에 의해 서로마가 멸망하게 됩니다.(AD476년) 고대 로마가 남긴 유적들이 얼마나 대단했으면, 17~18세기에 영국 귀족 자제들은 가정교사와 함께 종착지 로마를 향해 유럽 탐방 여행인 '그랜드 투어'를 떠났습니다. 독일 문학가 괴테도 꿈에 그리던 로마를 방문한 뒤 <이탈리아기행>을 남겼습니다.
우선, 고대 로마 시민들의 삶의 중심지였던 '로마 포름(포로 로마노 Foro Romano)'으로 가봅니다.
고대 그리스의 자유분방하고 민주적인 광장 아고라를 그대로 본뜬 곳입니다. 그러나 아고라가 텅 빈 광장이라면, '로마 포름'은 많은 건물들로 둘러싸인 광장이었습니다. 지금은 부서진 돌기둥과 돌조각, 두상 없는 조각상들로 가득하지만, 바로 이곳이 번성했던 고대 로마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곳입니다. 각종 신전들과 정부 기관(법원, 원로원 등)이 모여 있던 곳으로, 정치 경제 종교 중심지였습니다. 영화 '쿼바디스'에서, 전승하고 돌아온 로마 장군을 네로황제와 로마시민들이 맞이하던 광장이 바로 '로마 포름'입니다.
'로마 포름' 근처에 그 유명한 콜로세움(콜로세오 Colosseo)이 있습니다.
서기 80년에 지어진 콜로세움은, 그 이름 자체가 '거대하다'라는 뜻으로, 둘레가 527m나 되는 원형건물입니다. 격투경기가 많이 거행되었기에, 지금도 콜로세움이 사람들을 죽이는 잔인한 장소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 콜로세움이 건설될 당시에는 대중을 위한 경기장으로 일종의 오락시설이었습니다. 로마시민들이 좋아하는 격투경기뿐만 아니라, 경기장 안에 물을 끌어와서 모의 해전도 거행되었다고 하지요. 5만 명 이상 수용 가능한 콜로세움은, 귀족에서 천민까지 계급을 구분하여 관람석을 만들어 놓았지만, 모든 로마시민이 함께 즐기는 공간이란 점으로 볼 때, 당시 고대 로마의 민주적인 사상을 느끼게 해주는 장소입니다.
수백 킬로 떨어진 곳에서 물을 끌어오는 '수로' 건축물도, 도시 거주민 전체에게 질 좋은 식수를 공급하고자 만들어진 것으로, 고대 로마인들이 가지고 있었던 수자원의 공공성에 대한 관념을 엿볼 수 있게 합니다.
고대 로마의 번성기인 AD 1세기경 도시 로마에는 상하층 모든 계급의 사람들이 밀집해 살고 있었습니다. 이들 로마 거주민들이 풍부한 수자원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수로' 덕분이었지요. 로마 시내 곳곳에 분수들이 솟아오르면서 로마는 '물의 도시'라는 명칭을 갖게 되었습니다. 수로를 통해 끌어온 물은 목욕탕에도 사용되었는데, 당시 공중목욕탕은 일종의 오락장이며, 체력 단련장이며,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었습니다.
고대 로마는 도로 건축기술도 뛰어났습니다. 기원전 4세기에, 560㎞나 되는 아피아 가도가 건설되었고, 유럽 정복과 더불어 여기저기 도로들이 건설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도로 외에도 로마인들은 아치형 구조 건축기술이 뛰어났습니다. 아치형 개선문, 아치형 개선문을 연결한 수로와 원형극장 등등. 이들 유적을 우리는 고대 로마가 점령했던 유럽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스페인 세고비아의 수도교, 프랑스 아를의 원형극장, 영국 바스에 있는 공중목욕탕 등등)
그리스 예술과 문화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고대 로마는 독자적인 발전을 이룩하고, 다방면에 있어 유럽 문명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건축기술뿐만 아니라, 라틴어는 유럽 언어의 기원이 되고, 현재 서양 법률은 그 기본을 로마법에 두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의 정신적 전통인 헬레니즘이 서서히 헤브라이즘으로 전향된 시기도 고대 로마시대입니다.
/나애리 전 수원대학교 유럽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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