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균 인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김영균 인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각 정당은 저출산 대책과 실업률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 기관과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대학 내에 창업 지원과 창업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창업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창업 자체도 또 창업한 뒤 성공을 거두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스타트업이라고 하는 청년 창업은 자원 부족 외에도 방향 설정이나 목표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대기업과 달리 자본·자원이 부족한 청년 창업이 동일한 시장을 목표로 할 때, 이는 매우 불공정한 경쟁이 될 것이다. 시장 선도 기업들은 혁신적인 고급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많은 연구개발비(R&D)를 투자하고 있지만, 스타트업 기업은 이를 따라가기 어렵다. 전체 시장을 피라미드(Pyramid) 구조로 보았을 때, 여유 자본이 많은 대기업은 피라미드의 상층부(Top of Pyramid)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매년 열리는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에서 신제품을 선보이고 홍보하는 기업들이 주목받는 것은 당연하다. CES는 자본과 기술력의 전쟁터이다. 올해 LG는 인테리어에 매우 적합한 투명한 대형 TV를 선보였고, 삼성은 갤럭시 S24에 통화하면서 13개 국어가 자동 번역되는 내장형(on-device) AI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출시했다. 자본과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 기업들이 이러한 상층부 시장에 집중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러한 중소기업들은 효율적으로 공략할 만한 시장을 파악하는 것이 성공을 위한 중요한 기반 요소이다.

스타트업 기업들이 효율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시장은 따로 있다. 프라할라드(C. Prahalad) 교수가 1997년에 명명한 BOP(Bottom of Pyramid)를 들 수 있겠다. 이 BOP 시장은 전 세계 인구의 약 40%를 차지하는 약 30억 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시장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BOP 시장의 구매력 지수(PPP)는 2022년 기준으로 약 20조 달러이며, 2030년에는 약 30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매우 거대한 시장이기도 하다.

기존의 대기업들은 이러한 저소득 소비자들은 구매력이 부족하여 BOP 소비자를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BOP 계층을 대상으로 성공한 기업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

미국의 가전제품 시장에서 BOP 계층을 대상으로 성공하는 기업들은 삼성, LG와 같은 마켓 리더와 직접 경쟁하지 않는다. 대신에 비지오(Vizio)와 같은 기업들은 BOP 시장을 목표로 선정하고 제품의 생산, 기획, R&D 등을 외주를 줘 생산원가를 낮추어 성장하고 있다. TV 판매 대수를 기준으로 보면, 이들은 200명 미만의 직원으로 삼성전자보다 더 많은 TV를 판매하며 수익률 또한 높아 TV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Vizio는 TV 시장의 성공을 통해서 PC 시장도 진입하여 선전하고 있다. 이러한 BOP 시장의 특성은 해당 계층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은 낮지만 많은 수의 소비자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소득 수준이 낮은 소비자들도 고가의 제품을 구매할 여력이 없기에 Vizio의 저렴한 제품을 선호한다. 이외에도 낙농제품으로 유명한 다논(Danone)과 같은 기업들도 소포장을 통해서 제3국가들에 제품을 판매하는 BOP 시장 중심 기업이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자원 부족으로 창업하는 스타트업 기업은 명확한 목표 시장을 설정하고 접근해야 한다. 위에 열거된 기업들의 BOP 전략을 참고하여 제품 기획, 판매 등을 외주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해당 목표 시장의 다수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따르면, 대기업과의 경쟁을 피하면서도 자기만의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김영균 인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