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준호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 송준호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SF의 대가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의 작품 중에 <벌거벗은 태양>이라는 장편이 있다. 지구인이 우주로 이주해 나간 시대가 배경인 이 소설에는 모든 주민이 300살 이상 사는 행성 솔라리아가 나온다. 지구만 한 이 행성에는 단 2만 명이 살고 있으며 모든 경제는 양전자 로봇에 의존하고 있다. 80억 인구의 모행성(실제로 지난해 지구 인구는 80억을 돌파했다)에 비할 수 없이 적은 인구이지만 로봇 경제 덕분에 1인당 생산능력은 수천 배 이상이다.

이곳 사람들은 모든 일은 로봇에 맡기고 각자 배정된 영토 안에서 여가를 보내며 산다. 평균 수명이 세 배인 이 사회에서는 한 사람의 가치가 80세 수명 사회와는 비할 수 없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래서 낮은 출산율은 저주가 아니라 안락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필요 요건이다. 출산의 권리는 통제되고 유전적인 결함은 조용히 없어져 나간다. 아이들의 양육은 국가의 몫이고 결혼과 자녀에 대한 이야기는 말하기 불편한 금기 주제가 되었다.

고대로부터 문명은 피라미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위에는 여가의 삶을 구가하는 소수의 층이, 아래로 갈수록 그 몇 배 숫자의 생산노동 계급이 있다. 그런데 솔라리아는 인류 역사에서 유일하게 피라미드의 위만 남은 세상이 되었다. 아래는 모두 로봇으로 채우고 모든 인간은 부족한 것 없이 300세의 삶을 사는 유한계급이 되었다.

우리나라 통계청의 미래 인구 예상 추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령자는 2060년에는 1400만명, 2070년에는 1737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전체 인구수는 2060년에는 4262만명으로 줄고 2070년에는 3766만명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날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30년 후에는 생산가능 인구는 절반으로 감소하고 노년부양비용은 4.5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몇 년 전 영화 '명량'이 동원한 관객이 1750만명인데, 30년 후가 되면 생산가능 인구가 이 정도 숫자가 되고 비슷한 수의 노령층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인구대국 1위의 자리를 인도에게 뺏긴 중국 역시 저출산 고령화의 위기에 고심하고 있다. 최고 지도자가 테크노크라트(technocrat) 출신이라서 인지 중국은 이 문제에 대해 색다른 대책을 세우고 있다. 생산인력 보완과 국가 경쟁력 유지를 위해 로봇 기술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만명 당 250대로 세계 최다 산업 로봇을 보유하고 있지만 2025년까지 만명 당 500대까지 '로봇 밀도'를 2배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가 연구개발(R&D)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우수한 이공계 자원 2000명을 하루아침에 의대 정원으로 빼내서 미래 과학 경쟁력을 단번에 날린 우리 정부와는 시야가 다른 것 같다.

긴 수명과 적은 인구는 인류의 염원이었지만 눈앞에 닥쳐오니 종족 유지 본능과 부딪혀 어쩔 줄 몰라 한다. 생물종으로는 활기차게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문명종이 된 이상 인구가 줄고 고령화되는 정체기를 겪는 것은 운명일지 모르겠다. 이를 피할 수 없다면 피라미드의 아래 구조를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할 때이다. 연구 카르텔 타파도 좋고 노령 인구를 떠받들 의료인력 증원도 좋지만 이런 것들이 자손들의 미래를 심사숙고한 대책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30년 후 초고령화 대한민국이 과학 기술 발달이 하부를 지탱해 주는 풍요로운 사회의 모습으로 나타날지, 서서히 스러져 가는 요양 국가의 모습으로 나타날지 정말 걱정되고 궁금하다.

/송준호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