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말 안산만방조제가 완공되기 전에는 만조 때 바닷물이 평택시 진위면 은산리까지 밀고 올라왔다고 한다. 지도를 들여다보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바다에서 멀다. 여하튼 방조제가 생기면서 조수의 상한선이 평택시 서탄면 회화리, 진위천과 황구지천이 합류하는 지점까지 내려왔다. 하천 유역이라지만 바닷물이 드나드는 지역을 농경지로 개간하는 일은 여간해선 해내기 쉽지 않다. 조선 후기 들어 농토 욕심 많은 권세가가 빈궁한 백성들을 동원해 진위천과 안성천 일대를 들판으로 바꾸는 개간사업을 벌였다. 진위, 서탄, 고덕, 청북, 오성 일대 드넓은 논은 그렇게 탄생했다.

진위천의 지류인 관리천은 화성시 향남읍 상두리에서 시작해 양감면을 지난 다음 평택시 청북읍 백봉리에서 진위천과 합류한다. 역사적으로 주목을 받은 적이 거의 없는 작은 하천이다. 관리천 주변으로는 너른 농경지가 펼쳐져 있는데, 이 역시 아마도 조선 후기 이래 개간된 들판 아닌가 싶다. 해발 70m에 불과한 백봉리 백봉산에만 올라가도 진위천과 관리천 주변으로 시원하게 탁 트인 들판을 조망할 수 있다.

관리천 상류에 해당하는 양감면의 물류창고(케이앤티로지스틱스)에서 불인 난 것은 지난 1월9일이다. 이 화재로 창고에서 흘러나온 물질이 관리천을 기분 나쁜 푸른색으로 물들였다. 하지만 환경부는 무슨 물질이 얼마나 유출되었는지, 인해에 얼마나 해로운지 거의 열흘 가까이 밝혀내지 못했다. 정밀 독성검사 없이 통상적인 검사 결과 수질에 이상이 없다는 무책임한 발표를 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이 물질은 산업 세정제와 용매로 쓰이는 메틸에틸케톤이며 말초신경에 치명적일 수 있는 물질로 밝혀졌다.

화성시와 평택시는 부랴부랴 오염된 관리천 물을 퍼내는 일에 착수했다. 문제는 7만t에 이르는 오염수를 처리하는데 최대 1000억원이나 들 것으로 추산된다는 점이었다. 두 지자체는 중앙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청했지만, 요건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래도 지자체는 방재를 늦출 수 없었다. 환경부와 두 도시는 지난 15일 관리천 방재를 마쳤다고 발표했다. 사고로부터 35일 넘게 걸렸다.

그러나 환경운동연합이 발표한 논평은 이렇게 묻고 있다. “환경부는 대기 등으로 어느 정도까지 확산했는지, 인근 주민과 주변 환경에 대한 영향 등을 제대로 평가했는가? 관리천 통수에 따라 오염 우려 하천수가 진위천으로 유입될 시 하천과 주변 주민 등의 안전을 장담할 수 있는가?” 반드시 답을 들어야 하지 않을까.

▲양훈도 논설위원.
▲양훈도 논설위원.

/양훈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