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연구부장
▲박진영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연구부장

인류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빠른 속도로 생물 종이 사라지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생물다양성 감소라 부른다. 그러나, 생물다양성 감소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타는 자동차 부품이 매일 몇 개씩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머지않아 달릴 수 없는 고철이 되거나, 달리다가 사고가 날 것이다. 생물다양성을 구성하는 서식지와 생물종이 하나둘씩 사라져 가는 상황은 부품이 사라지는 자동차와 다르지 않다.

생물다양성은 왜 중요할까? 식재료를 생각하면 생물이 아닌 것은 하나도 없지만 정작 우리는 요리나 맛집에만 흥미를 갖고 건강한 먹거리의 원천인 건강한 자연에는 무관심하다. 현대 의약품 중 25%가 열대우림지역 식물에서, 암 치료제의 70%가 자연에서 유래했지만, 자연이 파괴되는 것과 미래의 의약품이 사라지는 것을 연결 지어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또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이 자연에 의존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은 자연의 모든 것은 공짜이고 경제와 생물다양성은 서로 무관하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이처럼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데 필요한 많은 것들이 생물다양성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생물다양성 위기는 곧 인류 생존의 위기와 맞닿아 있다.

기후변화와 같은 다른 환경문제처럼 생물다양성 위기도 모든 국가와 사회 구성원이 협력하여 해결할 수밖에 없다. 전 세계는 지구상 모든 생태계, 생물종, 유전자 다양성에 대한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해 생물다양성협약을 만들었으며, 10년마다 새로운 국제적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지금은 4년간의 긴 협상 끝에 지난 2022년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에 맞춰 모든 국가가 새로운 국가전략을 마련하고, 이행을 시작하는 시점이다.

우리나라도 협약의 취지를 반영하여 작년 12월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을 수립하였다. 이번 5차 전략은 2028년까지의 계획을 담고 있으며, 생물다양성 보전, 자연의 혜택 증진과 공유, 모든 사회 구성원의 참여를 통한 생물다양성 주류화와 관련된 21개 실천목표를 제시했다. 5차 전략은 수립과정에서부터 '국민과의 소통', '글로벌 전략과의 정합성', '과학적 통계 기반의 이행 관리'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이전 계획과 차별화했다.

먼저,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범부처 협의기구 운영뿐만 아니라, 지자체, 산업계, 청소년, 여성, 시민사회 등 핵심 관계자 그룹과 여러 차례 토론하고, 대국민 아이디어 공모와 공청회를 통해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전략 수립에 참여할 수 있도록 힘썼다.

둘째, 글로벌 전략과 국제사회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고자 노력하였다. 보호지역 30% 발굴, 훼손지 30% 복원 착수, 유해 보조금의 감축 등 어렵지만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한 것도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나가기 위함이다.

셋째, 전략 수립뿐 아니라 수립 이후의 이행 관리를 고려하면서 전략을 만든 점도 지난 전략과의 차별점이다. 이를 위해 목표별 지표를 설정하여 통계 기반의 관리를 준비했다.

국가생물다양성전략을 만들고, 국가적인 목표를 세운다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주변의 생명에 대한 작은 관심과 생물다양성 위기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일이 지구생태계를 지키는 첫걸음임을 기억해야 한다.

▲박진영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연구부장
▲박진영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연구부장

/박진영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연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