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첫째 주 수요일 수원시청 앞 올림픽공원 내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려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원 수요문화제'가 보수단체의 집회장소 선점으로 인해 7년 만에 처음으로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이 들린다.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이라는 단체가 오는 3월6일 수요문화제 시간에 맞춰 평화의 소녀상 철거 촉구 집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집회신고를 먼저 냈다고 한다. 세계 최장기 집회인 서울 수요시위 역시 당장 다음 주 수요일(21일) 같은 이유로 열리지 못할 위기를 맞았다.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회는 2022년 1월 수요시위의 의미에 대해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시민사회가 그 책임을 묻는 세계사적으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운동”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는 한국사회가 도달한 상식이고, 세계 시민사회의 지지를 받는 정의이기도 하다. 우리는 국가 공권력이 수요시위와 수요문화제가 중단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고 본다. 현 정부 들어 국가인권위 구성이 바뀌면서 지난해 8월 수요시위 보호 진정을 기각했으나 이는 규정을 위반한 잘못된 결정이다.

수요시위와 수요문화제 방해를 목적으로 하는 맞불시위는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갖는 본질에 비추어 정당성을 찾을 수 없다. 서로 다른 견해와 의견을 표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의 자유를 억압하여 침해하려는 의도가 뚜렷한 집회를 허용하면 민주사회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상대방의 인권을 침해하는 조롱과 비하, 혐오표현이나 쏟아내는 맞불집회도 허용되어서도 안 된다. 정치적 상황이 달라졌다고 민주주의와 원칙과 상식이 흔들리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수원 수요문화제가 중단 위기에 처한 것은 서울 수요시위가 지난 2020년 5월부터 점차 평화의 소녀상으로부터 멀어진 상황과 무관치 않다. 형식논리가 횡행하면서 '세계사적 운동'이 장소 선점 세력에 의해 점점 밀려난 형국이다. 그러나 어떠한 일이 있어도 수요시위와 수요문화제는 중단되는 일 없이 평화롭게 이어져 나가야 한다는 게 시민사회의 바람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