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2월 중순, 봄을 기다리며 새 학기를 맞이하기 직전에 대학 캠퍼스는 졸업식으로 북적거린다. 학부를 마치고 사회에 새내기로 출발하는 졸업생, 대학원에서 석사·박사학위를 받고 전문가로서 큰 걸음을 내딛는 대학원생, 그런가 하면 취업에 실패해 우울한 취준생 등 다양한 얼굴들이 캠퍼스를 장식한다. 예전 졸업식에서는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로 시작하여,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로 이어져,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로 끝나는 졸업식 노래가 울려 퍼지며 감동과 눈물의 졸업식을 연출했는데, 요즘 학교에서는 초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부족으로 학교가 살아남을지를 걱정하고 있다.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졸업식은 우리에게 학교를 떠나 공부를 끝맺는 의미로 이해하는데, 서양에서 졸업은 '끝맺음'보다는 새로운 시작(commencement)을 뜻한다. 이제 한 단계를 마쳤으니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하는 시발점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같은 졸업식이라도 필자의 기억에 초등학교 졸업식은 뭔가 어린 시절 순진한 감정을 느끼게 하고, 중학교 졸업식은 천방지축 시절만 기억에 있으며, 고등학교 졸업식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온 폭풍의 감정이 남아 있고, 대학교 졸업식은 어른이 되어서 그런지 담담한 느낌이었다. 이제는 대학교수도 정년 퇴임하여 명예교수로 인생 2막까지 졸업하고 3막을 위해 타이어를 갈아 끼웠으니(re-tire), 한편으로는 좀 허전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생 1막과 2막을 무사히 마친 홀가분한 기분이다.

졸업식을 생각하면 명사들의 감동적인 축사가 생각난다. 윈스턴 처칠은 옥스퍼드대 졸업식에서 '절대 포기하지 마라(never give up)'는 명언을 남겼고, 스티브 잡스는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초심을 잃지 마라(stay hungry stay foolish)'고 당부했으며, 조앤 롤링은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실패로부터 배워라(fringe benefits of failure)'는 삶의 지혜를 전했다. 그리고 마지막 말로는 야망을 갖고, 우직하게 밀고 나가면, 꿈이 현실이 된다고 역설했다, 내 졸업식은 어땠고 무슨 말을 들었는지 기억회로를 돌려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졸업은 끝이 아니다. 다음 단계로 도약을 위한 새로운 시작이며, 가슴이 뛰는 한 인생에 끝맺음은 없다. 단지 매일 매일 새로운 시작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인생의 선물은 바로 지금(present)이고, 국민가수 양희은이 노래하듯이 '그것이 인생이란 비밀이며, 인생이 준 고마운 선물'이 아닌가 싶다.

▲김천권 인하대 명예교수∙인천학회 고문.
▲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