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수 주필
▲ 김형수 주필

지난해 7월 신림역 흉기 사건으로 시민이 희생됐다. 10여일 후에 성남시 서현역 쇼핑몰에 20대 남성이 차량을 몰고 돌진해 행인들을 덮치고, 흉기를 휘둘렀다. 쓰러져 있는 시민들을 구호하는 119 구급대원의 사진은 급박한 현장을 전달하고도 남았다. 여러 사상자를 냈다.

지난달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당해 자칫 치명적인 화를 입을 뻔했다. 한 달도 안 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백주에 또 당했다. 보이지 않는 음모설까지 동원한 거대 양당은 모두 정치적 '뒷배'를 의심하며 진영논리로 대립했다. 그러나 원인은 혐오와 증오의 정치가 낳은 불상사이다.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는 불안하다. 그럼에도 도심 복판, 가정, 학교 등에서 얼마나 황당한 반사회적 사건들을 겪고 있는가. 근대국가의 사회질서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공격성과 폭력성, 비인간화 현상의 확산은 증오와 적대감, 불신에 기인한다. 그래서 정치를 포함한 국가권력의 남용과 제도적이고 상징적인 폭력에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게 된다. 어느새 우리 사회에 무차별 폭력이 교묘하고 잔인하게 확산했다는 사실도 놀랍다. 시민공동체를 파괴하는 위기의 현상들이다. 인간의 자유와 덕성, 준법과 우정과 같은 도덕적 가치를 내세우는 시민은 간데없다.

 

폭력은 혐오·증오 정치가 낳은 불상사

최근 '동료시민', '세계시민'이 새로운 정치적 수사(修辭)로 떠올랐다. 지하철은 '선배시민'을 소환했다. 시민은 개인의 이해관계를 넘어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대상이다. 하지만 곤경에 처한 동료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찾기 힘든 세상이 됐다. 하물며 폭력은 동료시민이 설 자리를 용납하지 않는다. 동료시민의 위기다.

폭력은 지하철역에서나 발생하는 일탈이라기보다 거대한 사회체제를 뒤흔드는 악마다. 그런데도 우리는 스스로 벌레와도 같은 혐오에 동승해 심신의 폭력을 감내하고 있다. '맘충' '한남충' '급식충' '틀딱충' 등 세대와 성별을 초월한 혐오와 갈등이 넘쳐났다. 간혹 노인이 '경마장'이나 배회하는 쓸모없고 가치 없는 인생의 여분으로 취급된다면 무지에서 비롯된 비극이고 절망이다. 노인도 공동체의 동료시민이며 선배시민이다. 그런데 인생의 지혜와 경험을 나눈다는 선배시민이 정치판의 풍자 단골메뉴가 됐다. 정치는 성별, 연령, 세대를 초월해 '갈라치기' 소재를 자주 이용해 왔다.

여성 군 입대를 들고나온 젊은 정치인은 '이대남'의 표를 의식했을 것이다. 또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는 풀어야 할 사회적 과제이지만 세대갈등의 무대에 올렸다는 점에서 혐오 정치의 현실을 확인하게 된다. 선배시민 1000만 시대이다. 4·10 총선을 앞두고 한 창당인이 주장하는 노인 1인당 월 1만원 교통비 지급을 위해서는 연 1조2000억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노년부양비는 26.1명이다. 생산연령인구 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현실이다. 결국 1조원이 넘는 막대한 재원 부담은 젊은 세대의 몫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주머닛돈이 쌈짓돈이 된다. 우리 사회의 최대 현안인 노인 문제는 세대통합의 차원에서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논의되어야 한다. 노인집단과 다른 세대집단과의 단순 비교도 위험한 발상이다.

 

총선 선동정치 요설에 휘둘리지 말아야

성별과 세대, 집단을 갈라 세우고 유린하는 '편들기 정치'에 동료시민의 덕목이 자리 잡기 어렵다. 더욱이 동료시민은 범법과 탈법을 용인하고 특정 세대를 혐오하는 정치적 술수를 거부해야 한다. 타인을 공격하고 배타적인 혐오는 우리 사회의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낯선 행위이다. 그래서 정직하고 부패하지 않은 선의의 시민정신을 발휘할 동료시민을 뽑아야 한다.

집단 갈등을 부추기는 '갈라치기' 정치를 어디까지 용납할 것인가. 폭력을 앞세우는 증오와 혐오의 정치는 어디서 멈출 것인가. 4·10 총선도 유권자의 표심에 달렸다고 한다. 누구와도 동등하게 연대할 수 있는 세대통합 시민으로서 악의적인 선동정치와 요설에 휘둘리지 말아야 할 때다.

/김형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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