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노미네이트
감독의 경험담 토대 영화 에피소드 제작
“한국서 개봉 앞두고 떨리고 긴장돼요”
▲ 셀린 송 감독. /사진제공=CJ ENM

첫 연출작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Pat Lives)'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오른 셀린 송 감독이 영화의 소재가 된 '인연'에 대한 남다른 생각을 밝혔다.

6일 오전 화상으로 국내 기자들과 만난 셀린 송 감독은 “'인연'이라는 단어를 앎으로써 인생이 더 깊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단어를 모르는 전 세계 사람들이 '인연'을 배움으로써, 자기 인생 안의 깊이를 느낄 수 있고, 보통 사람도 '내 인생에 특별한 관계가 있을 수 있구나' 생각하며 자기 삶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이 영화를 사랑해주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연'이라는 소재를 다룬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영(그레타 리 분)과 해성(유태오 분)이 뉴욕에서 24년 만에 재회하는 이틀간의 내용을 그리고 있다.

동시에 셀린 송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영화의 주요 에피소드인 주인공들의 재회는 12살에 미국에 이민을 간 셀린 송 감독에게 어느 날 자신을 보러 뉴욕에 온 어린 시절 친구와 남편이 함께 재회했던 날의 영감이 녹아들어 있다.

▲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포스터. /사진제공=CJ ENM

그는 “어느 날 밤 뉴욕의 한 바에서 저를 보러 온 제 어린 시절 한국 친구와 미국인 남편이 함께했었다”며 “서로 언어가 달라 대화를 할 수 없던 두 사람 사이에서 해석을 맡게 됐는데, 언어와 문화를 해석하다 보니 제 개인적인 역사의 어떤 부분을 두 사람에게 해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제 안의 어떤 부분을 두 사람에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과정에서 저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같이 앉아 술을 먹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며 “매우 자전적인 느낌일 뿐이지만 이걸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게 돼 시작하게 됐다. 영화가 되는 과정에서 배우와 영화를 찍는 크루들(제작자들)이 들어오며 캐릭터들이 살아나게 된 로맨스 영화”라고 설명했다.

감독의 개인적이지만 모두가 공감할만한 경험처럼, 영화의 제목 '전생(past live)'은 비단 나영과 해성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셀린 송 감독은 “우리는 모두 언제든 어딘가든 누군가와 함께하든, 두고 온 삶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영화 속 두 주인공은 태평양을 건너 서울에서 뉴욕까지 먼 여정을 삶을 두고 갔지만, 사실 부산에서 서울로 이사해도 떠나온 삶이 있으니 이 생각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중우주를 넘나드는 판타지 영화의 영웅들은 아니지만, 평범한 인생도 여러 시공간을 지나가고 있기 때문에 신기한 순간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며 “이 영화는 수십년의 시간이 두 대륙을 가로지르는 우정과 사랑을 다루고 있다. 또 한때는 어른 아이였고 지금은 어른이 된 우리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나영과 해성으로 완벽하게 분한 배우 그레타 리와 유태오는 “마치 사랑에 빠지듯” 캐스팅하게 됐다. 코로나19로 대면 오디션을 보지 못해 화상으로 오디션을 진행했는데, 그렇게 들어온 수많은 연기 비디오테이프 중 두 사람이 운명처럼 눈에 띄었다.

셀린 송 감독은 “두 배우와 대본을 읽어보고 신(장면)에 대해 얘기하며 각각 3시간 넘게 대화를 했던 것 같다”며 “영화에서 어린 시절과 성인이 된 시절이 공존하는데, 두 배우 모두 프로페셔널하고 어른스러운 부분과 가끔 장난치고 낄낄대는 어린아이 같은 모순이 존재했다”고 말했다.

데뷔작이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각본상에 노미네이트 된 데 대해선 “정말 믿기 어려운 영광이다.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곧 한국에서의 개봉을 앞둔 셀린 송 감독은 “한국분들이 정말 많이 응원을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꿈만 같다”며 “굉장히 떨리고 긴장된다. 생각도 많아지지만 기대되기도 한다. 많은 분이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고 빨리 한국에 가서 관객들에게 인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의 CJ ENM과 미국의 제작사 A24가 공동 제작한 '패스트 라이브즈'는 다음달 6일 국내에서도 개봉할 예정이다.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