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천 년의 역사를 가진 일본 교토, 일본 국민에게 정신적 수도로써 사랑받고 있는 도시다. 교토는 무려 17곳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들은 8세기에서 17세기경 종교건축과 일반건축 그리고 정원설계를 그대로 보존하였고 그 진화를 보여주는 중심지들이다. 도시 자체가 천 년의 역사를 보존하고 있는 박물관과도 같다. 그래서 우리나라 경주와 같이 일본 학생들의 첫 번째 수학여행지이기도 하다.

교토는 794년 수도로 세워진 이후 정치 문화의 중심지로 번성하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교토는 원폭 후보지 중 하나였다. 하지만 미군은 일본인이 소중히 여기는 교토에 원폭을 투하하면 일본인의 극심한 반감을 우려하여 계획을 철회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백제의 장인들이 일본으로 넘어가 전수한 목조건축물이 우리나라와 다르게 천 년이 넘도록 전쟁과 근대화 개발을 피해 상당히 잘 보존되어 있다.

2000여 곳의 목조사찰과 신사는 교토를 여행하며 자연스럽게 접하는 오래된 풍경이다. 또한 수 백 년을 견딘 나무들은 지금도 계절에 따라 성장하면서 목조건축물과 어우러져 장소의 중후한 깊이를 더하고 조용히 주변을 압도한다. 명승지 나무 아래 120여 종의 이끼들은 사계절 융단처럼 고르고 푸르게 퍼져 있었다. 그리고 연속적이고 반복적인 선형패턴으로 만들어지는 모래정원은 고요히 마루에 앉아 있게 했다. 관광객을 안내하는 시설, 배수로, 안전난간, 휴게의자 등이 자연과 조화롭게 설치되어 자연에 집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에 갇힌 도시공간에서 도파민을 자극하며 쾌락을 추구하다 접하는 자연 풍경이기 때문에 무척 신선했고 많은 영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교토의 자연을 접하면서 단순한 디자인에 관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어쩌면 긴 세월 이루어진 자연은 미래를 만드는 자양분이다. 정말 흰 밥에 된장찌개만 먹어도 맛있고 행복한 자연의 모습이다.

교토는 격자형의 도시구조로 긴 가로가 형성되어 있다. 전반적으로 가로에 면한 건물의 형태나 재료는 달라도 집 앞의 작은 공간을 활용하여 꽃과 나무를 심는 것은 공통적이었다. 주민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인 것처럼 잘 가꾸어져 있었다. 겨울에도 온화한 기후 덕분에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수종의 활엽수와 꽃을 볼 수 있었고 고목이 된 가로수와 잘 어울렸다. 그래선지 걷는 것이 지루하지 않았다.

현재의 생활을 담는 현대건축물에도 과거 목조 디자인을 단순화하고 목적에 따라 변화시켜 고풍스러운 도시의 분위기를 지속해서 유지하고 있었다. 또한 공간이 주는 매력일까. 자연스럽게 지갑이 열리도록 상업화하는 레시피 중 하나인 것 같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건축가 켄고 쿠마가 설계한 신푸칸을 뽑을 수 있다. 호텔과 상업시설을 담고 있는 이곳은 내부 영역을 외부로 확장하는 일본식 처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목구조 공간으로 정원과 어우러져 무척 매력적이다. 교토 상업공간의 실내 인테리어 재료 또한 인테리어 필름지가 아닌 원목과 석재를 사용하거나 앤틱한 가구와 어울리도록 상품을 전시하면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지진의 영향으로 일본인들에게 목조건축물은 가장 안전을 담보하는 구조이다. 그래서 재료가 되는 나무를 잘 가꾸고 소중히 여기며 더 나아가 자연을 가까이 두어 고유한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이들의 운명이었을 것 같다. 특히 교토의 건축물과 정원(조경), 도시의 가로, 인테리어, 가구 등에서 나무와 함께하는 교토의 시간을 간직하면서 고유한 교토의 정체성을 보존하고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문화적인 측면에서 최상의 모습으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을 볼 수 있었다.

▲ 최정권 발트건축사사무소 대표.
▲ 최정권 발트건축사사무소 대표

/최정권 발트건축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