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문희 경기도어린이박물관장∙전 고려대 연구교수
▲ 송문희 경기도어린이박물관장∙전 고려대 연구교수

최근 저출생을 '국가적 위기'로 규정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남성 육아휴직 6개월을 의무화하겠다고 했다. 참고로 프랑스 2023년 출산율은 한국의 두 배가 넘는 1.68이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2년 1.30명에서 2023년 0.7명까지 내려갔다. 2021년 기준 1.58명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을 한참 밑도는 수치다.

지난 18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저출생' 대책 공약을 각각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현행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올리고 유급 배우자 출산휴가 1개월 의무화를, 민주당은 아이를 가진 모든 국민(취업 여부 무관)에게 출산 전후 휴가 급여와 육아휴직 급여의 보편적 보장을 내걸었다.

여야 정치권에서 저출생문제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라 한편으론 기대가 된다.

그러나 실효성은 별개의 문제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유급 출산휴가 사용기간은 OECD 38개국 가운데 포르투갈과 호주·멕시코 다음으로 끝에서 네 번째로 '최하위권'이다. 출산휴가 사용률도 저조해 간신히 꼴찌를 면하는 수준이다.

이유는 법과 제도는 존재하지만 이를 제대로 챙겨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 육아휴직이 점차 늘고 있다지만 갈 길이 멀다.

2022년 한국 남성 육아휴직 비율은 28.9%에 불과하다. 대기업·공공부문과 중소기업 간 격차도 크고 직장 간 격차도 크다. 직장에서 육아휴직을 쓰는 남성은 승진이나 부서배치에서의 불이익을 각오를 해야 한다. 스웨덴,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등의 남성 육아휴직율은 40%를 넘는다.

아빠들이 아이를 키우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의식의 전환과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여야 공약의 대상인 '유급배우자'나 '모든 국민'에 비혼가정도 포함되는지 살펴봐야 한다.

2020년 기준 25∼49세 남성 중 53%, 여성 중 67%만이 혼인했다. 서구처럼 다양한 가족형태가 대체하지도 못하고 있다. 2020년 기준 OECD 국가 평균 비혼 출산율은 41.9%에 달한다. 2021년 기준 한국의 비혼 출생아 수는 7700명으로 전체의 2.9%에 불과하다.

프랑스는 개인 간의 동거계약(PACS)만 있으면 조세, 육아, 교육, 사회보장 등 모든 측면에서 법률혼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동거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출생아의 50%를 차지한다. 비혼출산인 경우에도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육아기 단축근무 등의 적용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 경우 급여의 상한성을 높일 필요도 있다.

비혼가정에서 태어나는 아이들도 사회적 편견 없이 온전하게 키울 수 있도록 사회가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정부는 2006년부터 16년간 280조원을 저출산 극복 예산으로 투입하였지만 지금까지 성적표는 낙제점이다. 과연 돈을 많이 주면 아이를 많이 낳을 것인가? 여기에 대해선 긍정적인 답을 내기 어렵다. 왜냐하면 한국사회 저출생의 원인이 경제적 요인 외에도 복잡하고 중첩적인 고차원 방정식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생계 때문에 출산과 육아 관련한 기존 제도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줘야 하지만 정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한정된 고용보험기금에만 맡겨서는 안 되고 지속가능한 재원마련의 방법을 모색하는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한국 부모들이 희망하는 저출생 해법은 “아이를 직접 돌볼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과 가정의 양립'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자녀 출산과 돌봄으로 인한 업무공백이 생기는 것에 대해 당연한 권리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직장 동료나 상사가 그리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주변 동료나 상사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제반 환경을 만드는 것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공통된 숙제이다.

/송문희 경기도어린이박물관장∙전 고려대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