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요즘 정치판을 보면 대한민국 국민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정치가 이렇게 난장판인데도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했으니, 국민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는가! 한국 사회에서 가장 후진적 집단이 누구인가 하면 바로 정치권이라는 대답이 나올 정도니, 한심할 따름이다. 국민을 편하게 해야 하는 정치가 국민을 가장 불편하게 하고 있으니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이다.

정치(政治)는 나라와 국민을 다스리는 일로 가장 가치 있는 권위적 배분 활동으로 정의한다(위키백과 참조). 그런데 실제로 한국 정치가 국민을 위한 정치인가? 링컨은 유명한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를 외쳤다. 그런데 한국의 현실은 국민은 실종되고, '정당에 의한, 정당을 위한, 정당의 국가'가 되어 버려 조선 시대 당파싸움을 재현하고 있다. 정치가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데, 반대로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니 어처구니가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민은 이제 정치 혐오를 넘어 정치 실종, 더 나가 정치 종말을 맞이하는 느낌이다.

국가의 세 요소는 국민, 영토, 주권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이 조문대로 국민에 의해 국가가 통치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리고 정당설립과 관련하여 헌법 제8조 2항에 “정당은 그 목적ㆍ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현재 한국 정당이 국민의 의사형성을 위한 조직인지, 자신들의 정파적 목적을 위한 조직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정치인이 주인이라는 집단착각에 빠진 걸까?

한국행정연구원이 실시한 국가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국회는 매년 꼴찌를 기록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노동조합, 검찰, 법원, 신문사 등이 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통계는 국가와 사회를 선도하는 지도층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한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바이런(George Gordon Byron)은 “한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는 일천 년도 부족하지만, 그것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단 한 시간으로도 족하다”는 말을 남겼다. 정치권 정말 정신 차려라. 정치의 본질이 무엇이고,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해야 하며, 국가의 주인이 누구인지 진정으로 다시 생각해 보기 바란다.

▲김천권 인하대 명예교수∙인천학회 고문.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