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지난 13일에 실시된 대만의 선거를 직접 보고 돌아왔다. 이번이 두 번째 대만 대선 관찰인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너무 많다. 대만에는 한국과 달리 사전투표도 없고 재외투표도 없다. 혹자는 대만에서 사전투표나 재외투표를 도입하면 중국이 선거에 개입할 우려가 있어서 못하는 것이라고 해설한다. 그러나 이는 절반도 안 맞는 말이다. 대만 땅에서 사전투표하는데 어떻게 중국이 개입하나. 대만의 총통과 부총통 선거 및 소환법 제13조에는 “선거인은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본적지 기준 투표소에서 투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에 재외투표도 법적 근거가 없다. 왜 그렇게 했을까. 재외투표를 허용해서 전 세계의 화교나 같은 핏줄이 투표하게 하고 싶어도 대만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외교관계를 맺어서 재외투표를 관리할 공관이나 공무원들이 나가 있는 국가가 지구상에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만의 투표일은 토요일이고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투표를 토요일에 한다니 독자들은 놀랄 수 있겠지만 사실 전 세계에서 선거일이 가장 많은 날은 일요일이고 그다음이 토요일이다. 그래도 2024년 대만 대선의 투표율은 71.8%로 한국의 2022년 대선 투표율인 77.1%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만의 선거인수가 약 1955만 명인데 투표소가 1만7795개라서 투표소마다 약 1000 명의 선거인이 배정되었다. 이에 투표율을 고려하면 투표소마다 약 700∼800표 정도를 개표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한국과 달리 투표소에서 직접 개표하는 대만에서 그 정도 투표용지 수라면 몇 시간 안에 간단하게 당선자를 가릴 수 있다.

그런데 그 많은 투표소에서 수작업 개표를 하는 과정이, 한국이라면 상당한 조작과 오류가 끼어들 수 있다는 의혹을 살만큼 위태로워 보였다. 대만의 투개표 과정에서 막대한 인원과 예산이 투여되는데도 또 다른 부정선거 시비의 소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대만에서는 투개표를 관리하는 인원이 24만1741명인데 2022년 한국의 총선에서는 15만9618명이었다. 선거인이 대만에는 2000만 명이 안 되는데 한국에는 4400만 명이 넘는 것을 고려하면 대만의 관리 인원이 엄청난 수준임을 가늠할 수 있다. 이 많은 관리 인원을 대만에서는 공무원과 교원으로 충당하는데 한번 임명되면 결코 거부하지 못하는 강제권이 있다. 한국에서는 워라벨을 따지는 공무원과 교원들이 점점 더 투개표에 동원되는 것을 거부하는 실정이다. 대만의 수작업 개표는 한마디로 한국에서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더 재미있는 사실은 대만의 국회 개혁이다. 대만에서는 국회의원 정수를 과거 225명에서 2020년부터 절반인 113명으로 줄였다. 이때 과거 3년 의원임기를 4년으로 늘려주면서 대통령선거와 동시화시켰다. 이번에 만난 대만의 국회인 입법원 국제사무처 케빈 린 처장이 한국에서는 정치개혁을 위하여 의원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는 나의 설명을 못 이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정치개혁의 대의로 대만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절반으로 줄였지만 그사이 아무런 저항이나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사실 한국에서 시선을 바깥으로 돌려보면 국회 개혁과 기득권 축소는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줄이는 방향이 타당해 보인다. 의원 1인당 유권자의 수가 OECD의 평균보다 적다는 것이 의원 수를 늘리자는 주장의 핵심이다. 그러나 국민은 국회의원이 너무 많은데 일도 안 한다고 느낀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주권자의 판단이자 요구이기 때문이다. 2017년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상하 양원의 의원정수를 약 삼 분의 일씩 줄이려고 했다. 그리고 2020년에 이탈리아에서는 상하 양원의 의원정수가 약 삼 분의 일 이상 줄이고 말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