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지혜 사회부 차장.<br>
▲ 장지혜 문화부장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김구 선생이 <백범일지>에서 '나의 소원'이라는 제목으로 쓴 글이다. 그가 추구하는 유토피아는 문화강국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문화예술의 강력한 정신을 갖추고 “남의 것을 모방하지 않는 문화로 인류의 모범이 되자”는 꽤 세부적인 지침도 제시했다.

나라의 자주와 온전한 독립이 평생의 사명이자 과업이었을 그가 끝내 가닿은 이상이 '문화'라는 지점은 새겨볼 만하다.

얼과 혼, 기개와 내면의 질서가 굳건히 작동할 때 가질 수 있는 우세를 백범은 짐작했고 그 작동 원리로 문화를 꼽은 것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취임과 동시에 주요하게 내건 약속은 인천의 문화예술 분야 예산을 3%까지 확대하겠다는 거였다. 지금까지 인천의 문화 파트가 시 전체의 고작 3%에도 못 미쳤다는 부끄러운 반증이긴 했으나 유 시장도 김구 선생의 이런 뜻을 백번 이해한 주장이겠거니 하고 헤아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인천의 문화예술 예산비율은 3%는 고사하고 1%대에 머물며 6대 특·광역시 가운데 늘 꼴찌였기 때문이다.

유 시장의 '3%' 공약은 문화예술과 관련해 온갖 설움을 겪은 인천 입장에서 상징적 해방이요 일종의 복음이었다.

상식 수준의 예산이 배분돼 그동안 못했던 문화예술 사업을 할 수 있고 점차 시민 삶이 융성해 지리라는 귀결로 기대감이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취임 1년이 지나고 올해 예산 계획을 들여다보니 결과는 배신이었다.

임기 내 3% 달성을 위해 지금쯤 최소한 2%대는 진입을 해야 말이 되는데 오히려 더 떨어졌다. 2024년 문화예술 예산은 1473억원으로 지난해 1650억원보다 낮아졌고 비율도 1.54%에서 1.44%가 됐다. 더 추락할 바닥이 없는데 또 내려앉은 상황이다.

황당함은 나중에 얘기하더라도 문화계 현장에선 당장 치러내야 할 현실적인 문제들에 부닥쳤다.

어떤 기관은 깎인 출연금에 계속 사업들을 못 하게 됐으며 어떤 곳은 세 들어 사는 건물의 건물주가 올린 관리비를 못 내 통사정을 하고 있다.

주민들과 함께하는 문화 간담회 자리에 둘 생수 살 돈이 없을 정도인 곳도 있다.

3% 공약이 나왔을 때 잠시나마 비상을 희구하며 눈을 반짝이던 이들의 좌절은 차마 보기가 딱하다.

희망이 꺾이면서 업계에서는 또 다른 의심도 하고 있다. 지금의 시 정부가 도달하겠다는 3%가 문화시설 건물 리모델링하고 새로 짓는 예산을 포함하면 어쩌냐는 것이다. 이미 아트센터인천 2단계와 인천문화예술회관 개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마당이고 둘만 해도 3000억원이 넘는다.

진정한 문화예술 예산을 계산할 때 비용적인 부분에서는 따로 떼어놓고 생각해야 할 하드웨어 분야를 섞을 경우 목표치 3%는 쉽게 달성할 수 있다. 대신 실제 문화예술의 내용적인 사업 분야를 잡아먹고 말 것이다.

인천의 문화예술 예산 비중은 이제라도 균형을 맞추고 정상화 되어야 한다. 설사 그 길에 곡절이 있더라도 지금과 같은 역행이나 눈속임은 안된다.

/장지혜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