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라진 인천 첫 갤러리 공간 남빈화랑
대표였던 이은숙 화가, 40년 넘게 판화 작업
구월동 라보체갤러리서 이달말까지 열려
▲ 이은숙 작가가 인천 구월동 라보체갤러리에서 '갑진년 12간지' 판화 작품을 전시한다.
▲ 이은숙 작가가 인천 구월동 라보체갤러리에서 '갑진년 12간지' 판화 작품을 전시한다.

1989년 인천 주안에 남빈화랑이 있었다. 인천 최초로 갤러리 개념을 갖춘 공간이 생긴 것이다.

이곳 대표는 이은숙 한국화가였다. 인천서 나고 자란 그는 개인 창작 활동을 하는 동시에 후배를 양성하고 작품을 전시, 판매할 장소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호를 따 이름 지었다. 당시 인천엔 없던 갤러리가 처음 탄생한 셈으로, 그 시기 활동하던 작가들은 모두 남빈화랑을 알았다.

그때의 이은숙 대표가 이번에 새해를 맞아 40년 넘게 작업한 판화작품을 전시한다. 남빈화랑은 90년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으나 그의 유구한 작품만은 전시장에서 인천 미술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갑진년 12 간지'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는 인천 구월동 라보체갤러리에서 1월31일까지 열린다. 1년 12달을 상징하는 열두 마리 동물을 목판화에 새기고 찍어낸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동물별로 다양한 변주를 통해 감상의 재미를 선사하며 어떤 것은 원시시대 벽화 같기도, 혹은 현대 팝아트의 캐릭터 같기도 한 시대를 넘나드는 감각을 보여준다.

▲ 판화 밀대로 사용한 전통 방식의 도구 '바렌'
▲ 판화 밀대로 사용한 전통 방식의 도구 '바렌'

특히 그는 '바렌'이라 하는 전통 방식의 도구를 판화 밀대로 사용하는 몇 안 되는 작가다. 밀랍에 사람 머리카락을 붙여 만들어 목판화를 문지르기에 최적의 질감을 구현한 것이다.

이 작가는 반 백 년 동안 매년 그 해의 십이지신으로 판화를 새겨 연하장 등으로 활용했다. 현재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계유년 닭 작품 등 80점을 관람할 수 있다.

▲ 이은숙 대표 작품들.
▲ 이은숙 대표 작품들.

라보체갤러리는 그의 작품을 최대한 많이 전시하기 위해 표구를 하는 대신 자석 핀을 활용하기도 했다.

이은숙 작가는 “한국화와 판화를 주로 하는 내가 12간지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시민들에게 청룡의 기운을 전하고 함께 나누자는 의미에서 기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