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민족의 비극인 한국전쟁이 끝나고, 71년이 흘렀다. 한국인은 4·19와 5·16, 서울의 봄과 IMF를 겪으며 격동의 시간을 보냈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압축해 달성했다. 우리나라가 식민지 경험과 전후의 폐허라는 고난의 시기를 지나 선진국의 반열에 든 것은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적이다.

하지만 오늘의 대한민국은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 자유와 평등이 확대되고, 인권이 신장하였지만, 각 분야 엘리트의 특권과 반칙이 만연해 있다. 양극화의 심화로 서민의 삶은 불안정하고, 사회 지도층의 오만과 횡포로 법치가 흔들리며, 정치권은 적대적 공생 관계로 증오와 분열을 조장한다.

코로나 팬데믹을 통과한 이후에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경기 침체로 신음하고 있으며, 서민은 고물가와 고금리로 힘겨워하는데, 정치권은 정쟁에만 몰두해 민심이 들끓고 있다. 망국적인 사교육으로 교권이 추락하고, 청년 실업과 기술 혁신의 지체로 성장동력이 감소하고 있다. 이렇듯 대한민국은 총체적 파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문제를 수습해야 할 정치인들을 살펴보면 한숨이 나온다. 품위는 사치가 된 지 오래고, 막말과 조롱, 가짜뉴스와 악선동이 난무한다. 민주당이 입법 독주를 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 국민의힘이 법안을 만들면 또 민주당이 반대한다. 1년 반 이상 국정은 멈춰 서 있고, 여야가 극한 대치를 거듭하면서 민생 법안은 뒷전이고, 협치는 실종됐다.

민주당은 국민이 180석을 몰아 줘 막강한 권력을 부여했더니, 기득권에 탐닉해 개혁에 실패했다. 의원들 다수가 부도덕하고 무능했기 때문이다. 최근 민주당 의원의 41%가 전과자라고 밝혀졌다. 돈 봉투 수수 의혹으로 감옥에 간 송영길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 간의 지역구 거래는 역사에 남을만한 그로테스크한 사건이었다.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을 방탄 삼아 사법 리스크의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넘어가고 있으나, 그때마다 한국 사회는 계속 혼탁해지고 있다.

지금 여의도는 국민을 위해 국회의원을 하는 게 아니라, 특권을 누리기 위해 국회의원을 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정치를 바꾸려면 국민이 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을 교체해야 한다.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를 근절하려면 도덕성을 갖춘 인재들이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음주운전과 뇌물 비리, 사기나 선거법 위반 등을 저지른 전과자를 공천 과정에서 철저히 검증하고 엄격하게 배제해야 한다. 공천 기준의 핵심은 도덕성이다. 도덕성이 유능함과 전문성보다 공천의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

▲ 홍동윤 인천시 시민통합추진단 위원
▲ 홍동윤 인천시 시민통합추진단 위원

/홍동윤 인천시 시민통합추진단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