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흉기 피습 8일 만인 10일 퇴원했다. 당무 복귀는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당분간 자택에서 치료를 이어간다는 소식이다. 생각보다 빨리 퇴원해 그나마 다행이다. 제1당인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흉기 습격은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에 다름 아니다. 정치적 편견과 무지로 인해 촉발된 백주의 '정치 테러'가 아닐 수 없다.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만행이라는 점에서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의 피습 사건 이후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고 있어 참으로 유감이다. 이 대표가 흉기에 찔린 후 소방헬기를 이용해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것을 두고 전국 의사회가 잇따라 '특권의식'이라면서 비판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시 의사회도 8일 성명서에서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충분히 수술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것이 '대한민국 지역의료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해당 지역인 부산시의사회도 “지역의료계를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짓밟아 버린 민주당을 규탄한다”고 직격했다. 중요한 건 지역 의사회의 의견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우리 사회의 지역의료 현장은 이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일각에서는 붕괴 직전이라며 정치권의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에 서울의 이른바 '빅5 병원'은 새벽부터 밀려드는 환자들로 북새통이 된 지 오래다. 심지어 지방에서 올라온 환자들이 병원 주변에서 숙식하는 사례도 흔치 않다고 한다. 현실이 이렇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지역의사제 도입 등 지역의료의 현실을 개선키 위한 특단의 대책을 민주당이 주도해서 상임위를 통과시킨 것도 바로 이런 배경이었다.

이재명 대표의 헬기 이송 논란은 바로 이 지점과 맞물려 있다. 지역의료의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개선하겠다며 법률적 대안까지 주도한 민주당이 정작 이재명 대표만은 왜 예외가 되어야 하느냐는 얘기다. 이것이야말로 지역의료를 무시한 처사요, 심지어 헬기를 타고 이송한 것도 특권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수준 높은 의료진은 물론 아시아 최고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민주당 대표마저 굳이 서울로, 그것도 헬기를 타고 이송해야 한다면 누가 지역에서 치료를 받겠느냐는 항변이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얘기다. 이 대목에서는 민주당도 더 이상의 변명은 금물이다. 그래야 헬기 이송이라는 곁가지가 정치 테러라는 몸통을 흔드는 우를 범하지 않게 된다. 지금 이 시각에도 지역의료 현장 곳곳에서 힘겹게 최선을 다하고 있을 의료진들, 또 그 환자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보라. 지역의료의 현실을 함께 고민하고 그 대안으로 지역의사제 도입법을 주도한 민주당의 이번 판단이 과연 적절했는지를.

▲ 박상병 시사평론가
▲ 박상병 시사평론가

/박상병 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