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중견 가수 김연자가 불러 히트 친 곡 '아모르 파티' 가사에 이런 말이 나온다.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누구나 빈손으로 와 소설 같은 한 편의 얘기들을 세상에 뿌리며 살지…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가슴이 뛰는 대로… 왔다 갈 한 번의 인생아... 아모르 파티, 아모르 파티.” 아모르 파티(Amor Fati)는 “운명을 사랑하라”는 라틴어 말이다. 니체는 “인간의 삶은 법칙에 따르지 않는다. 만약에? 라는 음악에 맞춰서 추는 춤이다. 아마도 진리는 없다는 것이 진리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니체가 생존할 당시 '아모르 파티' 노래가 있었다면, '만약에?'라는 음악이 아니라 '아모르 파티'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인생을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도시의 삶도 마찬가지 싶다. 도시도 법칙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도시도 '아모르 파티' 음악에 맞춰 추는 춤이며, 어떻게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진리는 없다. 이런 의미에서 도시학자 제인 제이컵스(Jane Jacobs)는 “거리는 서로 다른 스텝을 밟고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 한 판의 춤이 펼쳐지는 무대”라는 멋진 말을 남겼다.

물론 학자가 한 말이라고 다 맞는 말은 아니다. 니체는 학자는 자신의 편견을 교활하게 정당화하는 변론자이자 자신의 주관적 생각을 진실인 것처럼 주장하는 약삭빠른 대변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필자 생각에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학자는 지식(세상)을 자기만의 렌즈로 들여다보며 자기 생각과 이미지에 따라 재단(설명)하려는 독특한 집단이다. 그래도 도시학자들 사이에 의견 일치를 보이는 도시의 중요한 특성이 있다. 바로 도시는 즐거운 공간, 힙한 공간, 다양성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른들이 말하기를 인생에 세 가지 중요한 만남(인연)이 있다고 한다. 첫째는 부모와 만남이고, 둘째는 배우자와 만남이며, 셋째는 자식과 만남이라고 한다. 어떤 부모를 만나는가에 따라 인생 초년의 삶이 결정되고, 어떤 배우자를 만나는가에 따라 중년의 인생이 영향을 받으며, 어떤 자식을 만나는가에 따라 노년의 삶이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은 여기에 더하여, 어느 도시에서 사느냐가 인생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즉, 어떤 도시에 사느냐가 인생의 운명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이라는 것이다. 아모르 파티, 인천을 운명의 도시로 사랑하자! 2024년을 “인천에 사는 운명을 사랑하는 아모르 파티의 갑진년”이 되도록 함께 뛰어보자!

▲김천권 인하대 명예교수∙인천학회 고문.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