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10일 전국에서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치러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회는 선거구를 확정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비례대표 선출방식 또한 결정하지 못했다. 국회의 직무유기이자, 거대 양당이 선거구와 선출방식을 볼모로 잡고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원칙조차 지키지 않는 정치를 통해 좋은 민주주의가 꽃피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통탄할 일이다.

차제에 국회의원은 헌법상 '국가기관'이라는 점을 반드시 짚어두고 싶다. 대의제 원리상 지역대표성을 갖는 인물을 선출하기는 하지만 당선된 국회의원의 임무는 지역발전이 아니라 법률제정과 국가중대사의 결정이다. 지역구 선출이 제도화되면서 국회의원을 “지역일꾼”으로 호명하는 관행이 굳어졌어도, 국회의원은 자기 지역의 이익에 앞서 국가의 위신과 국가 전체의 이익을 제1 의무로 삼아야 마땅하다. 국회의원 전원을 비례대표 방식으로 선출하는 유럽 국가들이 많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유권자로부터 모든 권한을 포괄 위임받은 기관이 아니다. 즉, 국회의원은 입법과 의정활동 과정에서 유권자들의 의견이 민주적으로 수렴되는 통로를 끊임없이 확보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자신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률과 정책이 수립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는 적극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정부가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도 국민이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되도록 국회의원들이 적극적 역할을 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상당수의 국회의원이 '더 많은 민주주의'는 외면한 채 '더 많은 표'만 좇고 있다. 대한민국이 민주화를 이뤘어도 민주주의가 심화하지 못하는 책임을 국회의원들은 통감해야 한다.

극단으로 치닫는 대결의 정치를 지양하기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거대 양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모를 리 없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이라는 좁디좁은 우물에 갇혀 있다. 우리는 올해 총선이 그들의 책임을 준열하게 따져 묻는 계기가 되기를 열망한다. 더 많은 민주주의가 더 나은 미래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우리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