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 홍동윤 인천시 시민통합추진단 위원
▲ 홍동윤 인천시 시민통합추진단 위원

정치는 말의 전쟁이다. 말로 시작해서, 말로 싸우고, 말로 끝난다. 말 한마디로 사람을 살리고 죽이기도 한다. 말을 잘해서 민심을 얻고, 말을 잘못해서 민심을 잃어버린다. 특히 선거에서는 말이 중요하다. 정치인의 말은 진솔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가짜뉴스와 음모론, 내로남불과 막말, 확증편향과 더블 스피크 등 오염된 정치 언어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블 스피크(double speak)는 의도적으로 계산된 언어 사용이나 둘러대거나 포장하는 말을 뜻하는데,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불쾌한 것을 매력적인 것처럼 위장한다. 이러한 언어 사용은 선동의 목적을 위해 사실을 조작하고 왜곡해 대중을 속이는 말의 기교라고 할 수 있다. 더블 스피크는 속임수에 해당하는 언어유희이다.

폭격을 공중 지원이라고, 대륙 간 탄도 미사일을 평화의 수호자라고 미화한다. 국민의 세금을 대기업에 퍼주면서 공적 자금을 투입한다고 하며, 경기후퇴 대신 마이너스 성장이라고, 해고를 구조 조정이라고 한다. 대학 정원축소를 대학 발전 계획으로, 학과 통폐합을 인문학 진흥사업이라고 포장한다.

더블 스피크(double speak)는 에둘러 말하기, 애매하게 표현하기, 논점 회피 등으로 이루어진다. 플랫폼 노동을 공유경제로, 정당한 조세를 세금 폭탄이라고 명명한다. 대학생 강제징집을 녹화사업으로, 4대강 사업을 녹색 성장이라고 하며, 참사를 사고라고 부른다. 사익에 탐닉하는 공직자가 자신을 스스로 공복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영달을 위해 정치를 하면서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 언어가 팩트와 진실 그대로라면, 유권자는 정당과 인물을 쉽게 파악하고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 정치는 말의 성찬과 언어유희가 펼쳐지는 지뢰밭이다. 정치인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프레임을 만들어 대중을 설득하려고 한다. 하이데거는 “언어가 말을 한다”고 했다.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게 아니라, 어떤 프레임을 받아들여, 그 프레임이 허용하는 말만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검찰 독재정권이라는 말을 믿는 '개딸'들과 카르텔 타파를 맹종하는 국민의힘 지지자들을 떠올리면 이해할 수 있다.

물가는 뛰고 가계부채는 늘어나 실질소득과 소비는 줄어들고, 기업부채가 쌓여 언제 어디서 폭탄이 터질지 모르는 위기다. 총선이 다가오니까 정치권은 일제히 민생 프레임의 메시지를 내세운다. 그런데 어떤 정책과 공약이 민생 대책으로 구체성과 현실성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합리적 논증으로 따져봐야 안다. 그래서 정치 언어의 진의를 간파하고 분별하는 비판적인 사유가 소중한 것이다. 대한민국이 무너지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답은 생각하는 국민에게 있다.

/홍동윤 인천시 시민통합추진단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