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영 좋은정책포럼 대표
▲ 박병영 좋은정책포럼대표

 

정치 지도자가 자기 소신을 가지고 국가를 운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자신이 알고 있는 한정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고 국가운영방식에 관한 모든 것을 일반화해서 강요한다면 국가적인 불행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공자는 편협한 국가 운영에 대하여 논어 위정편에서 “정치로 사회를 통치하고, 형벌로 질서를 유지하면, 백성이 처벌을 피하려고 할 뿐 수치심은 없을 것이다. 덕으로 인도하고, 예로 사회를 교화한다면 부끄러움을 알고 겸손한 태도를 지닐 것이다”라고 설파했다.

정부는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지, 소수의 권력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정보와 기술을 가진 권력자들이 욕심을 채우려 한다면 부정부패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법을 잘 아는 법기술자들은 얄팍한 법지식을 이용하여 대중을 착취한다. 각종 법령이 국민의 삶을 지키는 도구로서 역할을 못 하고, 권력자들이 통치수단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국민은 생존을 위해서 법을 어기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시작으로 주요 기관 요직에 검찰 출신 인사들을 대거 등용했다. 참여연대 발표(2023.11)에 따르면, 검찰공무원(검사 및 수사관) 182명이 정부기관 및 산하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장차관급과 대통령실 고위직 23명을 비롯하여 정부기관 164명, 공공기관 임원 18명으로, 검찰공화국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검찰공무원이 자기 전문분야인 법원이나 검찰에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한다면 아무도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권력기관의 핵심부서에서, 또는 국민연금공단, 금융감독원 등과 같은 자기 전문성과는 아무 관련 없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수사나 조사를 하던 업무 방식으로 관리.통제하는 일을 주로 함으로써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중국의 한비자는 법치주의 근간으로 법·술·세를 강조했다. 법(法)은 인간의 행위를 규제하고 처벌하는 강제력을, 술(術)은 신하를 다루는 기술을, 세(勢)는 군주의 권위와 덕을 가리킨다. 법치는 명확하게 법과 원칙을 중심으로 통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칙을 바로 세우고 조직원들이 원칙을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술치는 용병술, 통치술을 말한다. 가까이해야 할 신하와 멀리해야 할 신하를 구별하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활용해야 한다. 세치는 지도자가 신뢰와 도덕적 권위를 가지고 신하를 다루는 것을 말한다. 지금 상황은 법치만 두드러지고, 정치영역에 해당하는 술치와 세치는 보이지 않는다.

한비자는 법치보다는 술치를, 술치보다는 세치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도한 법치는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우려가 있고, 정치적 편향이 심하면 사회의 불안과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 법치가 정치를 견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금은 법치와 정치의 균형을 회복하여 안정된 정치체제와 공정한 사회의 기반을 만들어가야 한다.

헌법 교과서에 '법치주의는 인간의 존엄성, 국민의 자유와 평등, 정의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권력을 만들어 내고 제한하는 것을 그 핵심 내용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지금이라도 헌법정신을 존중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법을 공부한 공무원들은 제 자리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치는 정치영역으로, 경제는 경제영역으로 복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경제는 경제·경영전문가들이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중국 진나라 법전을 철저하게 정비하여 전면 개혁에 나섰던 역사상 최고의 개혁가 상앙은 “법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위에서부터 법을 어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상앙은 모시던 진효공이 죽고 나서 태자 혜문왕이 즉위하자마자 자기가 만든 법에 자기가 걸려 죽었다. 그래서 고사성어 작법자폐(作法自斃)가 만들어졌다. 법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사회 안정과 평화를 보장하는 안전장치로써 작동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병영 좋은정책포럼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