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학생들, 청산유수 말솜씨 맘껏 뽐냈다

인천지역 학생 포함 전국 54명 참가
한국어·부모 모국어로 진로 등 발표
시교육청 소속 학생 전원 수상 영예
“글로벌 역량 배양 학교 환경 조성 노력”
▲ 지난달 18일 서울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제11회 전국 이중 언어 말하기 대회'가 끝난 뒤 참가 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교육청
▲ 지난달 18일 서울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제11회 전국 이중 언어 말하기 대회'가 끝난 뒤 참가 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교육청

지난달 18일 한국어와 함께 러시아어, 파슈토어, 베트남어, 우즈베크어 등 외국어를 사용하는 다문화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올해로 11회를 맞은 '전국 이중 언어 말하기 대회'에서는 언어와 생김새가 다른 다문화 학생들이 한국어와 부모 나라 언어로 자신의 진로 등을 발표하면서 언어적 재능과 끼를 마음껏 펼쳤다.

이번 대회에는 인천시교육청 대표 학생 3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총 54명이 참가했으며, 특히 인천지역 학생 전원이 상을 받으며 두각을 나타냈다.

전국 이중 언어 말하기 대회는 다문화 학생이 스스로 강점을 개발하고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교육부가 주최하는 행사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에서 이중 언어를 구사하는 것을 강점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이중 언어 능력을 키워 우리 사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이중 언어, 강점으로 키운다

인천에서 다문화 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3.6%(1만899명)로 적지 않다.

특히 전체 초중고 533개 학교 중 다문화 학생이 재학 중인 학교는 511개 교로 95.9%에 달한다.

연수구 함박마을에서도 8000명이 넘는 고려인들이 출신과 국적에 관계없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다문화 학생의 글로벌 역량 신장'을 목표로 이중 언어를 강점으로 키우는 교육을 추진 중이며, 전국 이중 언어 말하기 대회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올 9월에는 전국 대회 참가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제14회 인천시교육청 이중 언어 말하기 대회'를 열었다.

예선과 본선을 거쳐 함박초에 다니는 서다니엘 학생과 함박중에 재학 중인 루딘 카이나트 학생, 영종중 문다민 학생이 전국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지난달 열린 제11회 전국 대회에서 서다니엘 학생은 국내 무인편의점에서 겪은 일화를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한국어와 러시아어로 발표했다.

루딘 카이나트 학생과 문다민 학생은 한국 병원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의사가 되고 싶은 꿈을 한국어와 파슈토어, 한국어와 러시아어로 각각 소개했다.

대회 결과, 서다니엘 학생과 루딘 카이나트 학생은 초등과 중등 부문에서 각각 교육부 장관상인 은상을 받았다.

문다민 학생도 중등 부문에서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 특별상을 받으며 지난 대회에 이어 참가 학생 전원이 수상하는 영예를 얻었다.

전국 대회 출전과 수상 경험은 학생들에게 부모의 모국어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고, 자기표현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교육청 세계시민교육과 관계자는 “교육 현장에서 이중 언어에 대한 관심을 높여 글로벌 역량을 배양할 수 있는 학교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며 “다문화 학생들의 의사소통 능력을 키워 가족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도 고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한국서 우리 가족 잘 살도록 열심히 공부할 거예요”

 

함박초등학교 서다니엘 학생

방과 후 학교 통해 성실히 한국어 배워

의사소통 서투른 친구 통역사 역할도

이중 언어 말하기대회 '교육부 장관상'

▲ '제11회 전국 이중 언어 말하기 대회'에서 교육부 장관상인 은상을 받은 인천 함박초 서다니엘(11) 학생이 대회가 끝난 뒤 러시아 전통 의상인 '루바슈카'를 입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서다니엘 부모
▲ '제11회 전국 이중 언어 말하기 대회'에서 교육부 장관상인 은상을 받은 인천 함박초 서다니엘(11) 학생이 대회가 끝난 뒤 러시아 전통 의상인 '루바슈카'를 입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서다니엘 부모

“한국에서 공부를 잘해서 카이스트에 가고 싶어요. 성공한 엔지니어가 돼서 고생하는 가족들에게 기쁨이 되길 바라요.”

지난달 18일 서울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제11회 전국 이중 언어 말하기 대회에서 교육부 장관상인 은상을 받은 서다니엘(11) 학생의 포부다.

서군 부모는 모두 러시아인이다. 서군은 2020년 가족과 함께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입국했으며 현재 인천 함박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이 학교에는 러시아계 이주민 학생들이 많이 다니고 있다.

방과 후 프로그램에서 한국말을 성실하게 배워왔던 그는 한국말이 서투른 친구들의 통역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국 이중 언어 말하기 대회에도 출전하게 됐다.

서군은 “러시아에는 무인 편의점이 없다. 한국에서 러시아 출신 친구들이 물건을 가져갔다가 도둑으로 오해받는 상황을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며 “이런 내용을 주제로 정해서 발표했고 상까지 받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이 러시아뿐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사는 나라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서군은 “중국과 베트남, 몽골 등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한국에 많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한국을 다문화 국가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했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도 내놨다.

“한국말은 잘 못하지만 어려운 일을 하면서 열심히 사시는 부모님을 존경하고 있어요. 한국에서 우리 가족이 잘 살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할 거예요.”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한국어 구사 능력 따라 학급 편성해야”

 

민욱아 함박초등학교 교사

“한국인·다문화 학생 간 학력 격차

맞춤 교육 이뤄지도록 대책 필요”

“다문화 가정 학생들을 특성에 맞게 분류하고 맞춤형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서다니엘 학생을 지도한 민욱아(사진) 인천 함박초 교사는 26일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인 학생과 다문화 학생 간 학력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제11회 전국 이중 언어 말하기 대회'에 출전한 서군이 한국인처럼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발음할 수 있도록 곁에서 세심하게 가르쳤다.

민 교사는 “다니엘은 점심시간마다 친구들과 놀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고 대회를 준비했다. 학교 수업이 끝난 뒤에도 1~2시간씩 발음 연습에 집중했다”며 “다니엘의 끈기와 의지로 대회를 잘 준비했고 결국 은상까지 받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서군이 다니는 함박초의 다문화 학생 비율은 59%에 이른다. 학교에서는 다문화 학생들을 위해 러시아어 수학반 등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국내 다문화 학생 비율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민 교사는 한국어 구사 수준에 따라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글 자·모음 발음과 의사소통이 어려운 외국 학생들이 한국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는다면 외국 학생은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고 한국 학생들도 표준 교육 과정을 이수하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어 구사 능력에 따라 학급을 편성하면 한국 학생들도 표준 교육 과정을 밟을 수 있고, 다문화 가정 학생들에겐 특성에 맞는 교육이 이뤄져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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