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송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직위원장
▲ 김송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직위원장

“수신료의 가치를 더욱 높이며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겠습니다.” 2021년 KBS가 설정한 방송지표다. 당시 KBS는 방송지표에서 짐작 가듯 수신료 인상에 혈안이었고, 거대 여당은 전격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러나 야당의 반발과 국민 여론에 밀려 실현되지 못했다. 급기야 현 정부는 수신료 이슈를 국민 여론에 맡겼다. 대통령실이 '국민제안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수신료의 '전기요금 통합징수' 방식에 대한 '찬반' 국민 여론 수렴에 나선 것이다. 예상대로 여론조사에 참여한 다수의 국민이 '소비자의 선택권' 등은 존중받아야 한다는데 손을 들어 '분리 납부'가 결정됐다. 분리 납부의 후폭풍은 커서, 수신료 징수 급감 현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수신료의 가치를 높이겠다던 KBS의 야심 찬 의지가 무색해졌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수신료는 방송법 제65·66조에 따라 부과·징수하는 준조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간 내에 내지 않으면 '국세 체납처분의 예에 의하여' 징수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KBS는 방송법 제44조(공사의 공적 책임)에 의거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해야 한다. 특히 “국민이 '지역과 주변 여건과 관계없이' 양질의 방송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KBS는 지난 기간, 지역을 철저히 외면했다. 정연주 사장 시절인 지난 2004년, 9개 총국과 16개 지역국을 9개 총국과 9개 지역국으로 정비하는 '지역방송국 통폐합'을 단행한 것이다. 구조조정 된 7개 지역국은 이후 차례로 매각되거나 철거됐다. 당시 지역국 소재의 주민과 정치권, 시민단체는 '지역방송 말살' 정책이라고 규탄하며, 통폐합 반대 기자회견과 항의 성명을 이어갔고 '수신료 거부'까지 선언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노무현 정부가 표방한 지방분권과 배치되는 역설적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KBS의 '지역국 구조조정' 움직임은 2019년에도 이어졌다. 비상경영계획안에 포함된 '지역방송국 광역거점센터 육성 방안'으로, 지역국의 기능조정이 골자이다. 9개 총국과 강릉·울산방송국을 11개 광역거점센터로 운영하고, 나머지 7개(순천·목포·포항·안동·진주·원주·충주) 지역국의 기능은 총국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지역의 보도 기능을 총국 중심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으로, 당시 해당 지역의 반대에 직면했다. 특히 '지역 뉴스 의무할당제' 같은 지역방송 활성화 방안은 현행 시스템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게 아니냐며, 지역국 기능조정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래서 민원 지역 달래기에 나선 게 'KBS 뉴스7' 지역화 사업이다. 로컬뉴스 40분의 제작·편성권을 총국·지역국에 넘긴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하다. KBS 총국·지역국이 없는 곳은 여전히 공영방송의 소외지역이기 때문이다. 지난 기간 정권 차원의 지역방송국 통폐합으로 다수 지역이 공영방송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것이다.

결국, 인천시와 충청남도가 지역 소재 KBS 지역방송국 설립을 요구하고 나섰다. 똑같이 수신료를 납부하고도 형평성 있는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천시민사회는 경기, 서울 다음으로 수신료를 많이 내는데 '4분'에 불과한 지역 뉴스를 접하면서, “잃어버린 인천뉴스 40분 찾기” 시민운동을 펼칠 태세다. 결국, 정부와 KBS가 지역방송을 목말라하는 국민 요구에 역행하면서 수신료 징수의 명분을 잃었다는 것이다. 정상화 방안은 명확하다. 모든 국민이 '지역과 주변 여건과 관계없이' 양질의 방송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지역방송을 활성화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표방한 '지방시대'도 KBS 지역방송국 등 공영방송 인프라 구축이 관건이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은 지역방송 활성화를 위한 KBS 재정 안정화 방안을 마련할 때다. KBS의 주인은 수신료를 납부하는 시청자다.

/김송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