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곤 인권기록센터 '사이' 활동가]

사회 참사 피해자·인권 관점 기록
최근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탄생
“살아갈 날 많이 남은 청년에 주목”
“용기 낸 증언, 응원하며 읽어주길”

지난 2014년 4월 대한민국을 진도 해안으로 침잠시킨 세월호 참사가 있은 후, 인권기록센터 '사이'의 활동가들은 세월호 참사 작가기록단 활동을 통해 '기록'에 대한 고민을 이어왔다. 참사의 증거이자 사회적 기억을 만드는 '기록'은 애도와 추모 이상의 의미였다.

그렇게 지난 2월 '10·29 이태원 참사'를 기록하기 위한 재난 참사 기록학교도 시작됐다. 한국 사회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재난 참사를 피해자와 인권의 관점에서 기록할 수 있는 활동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10·29 이태원 참사'를 함께 기록할 활동가 17명을 모아 참사 1주기에 맞춘 기록집을 발간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메인 작가단에 합류한 강곤(사진) 인권기록센터 '사이' 활동가 역시 전국에 흩어져 있는 159명의 유가족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 데 함께했다.

강곤 활동가는 “이태원 참사도 세월호 참사처럼 초기부터 기록을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던 중,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협의회 등의 제안으로 기록을 시작하게 됐다”며 “유가협 운영위원 7~8명을 중심으로 한 1차 사전인터뷰를 시작으로 참사 피해자의 형제자매, 친한 친구, 지인, 지역 주민까지 범위를 넓혀 나갔다”고 말했다.

이번 기록에서 특히 더 주목한 건 청년들이다. 그는 “참사 피해자 대부분이 20~30대였다”며 “이태원 참사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피해자에 대한 공감 등 시민들과 같이 (참사를) 얘기하기 위해선 할로윈 문화에 대해 잘 알고, 살아갈 날이 많이 남아있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피해자들의 형제자매들은 조금 더 남다른 존재다. 일반적으로 참사 유가족으로 주목받는 부모가 아닌, 비슷한 또래의 형제들은 슬퍼하는 부모를 돌보며 애도는 뒤로 미뤄두거나 종종 투명인간 취급을 받기도 해서다. 취업, 결혼, 연애 등 다양한 변화를 겪는 시기에 유가족으로서 형제자매들의 목소리를 담는 것은 중요한 의미다.

그는 “세월호 참사에서 직접 피해를 입은 건 아니지만 구조에 참여했던 잠수사라든지 진도 어민 등 보다 폭넓은 범위에서 참사를 겪은 이들이 피해자의 범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이태원 참사 역시 당일 10만여 명이 그곳에 있었고 생존자이자 구조자, 목격자로 참사와 관련된 이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런 고민과 노력 끝에 지난달 29일 14인의 목소리를 담은 구술 기록집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가 탄생했다.

강 활동가는 “고통에 이름을 붙일 수 있을 때 치유가 가능해진다고 한다. 이번 기록집은 자기가 겪고 있는 아픔과 고통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이름 붙여지는지 주목하는 작업이었다”라며 “각자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으며 다방면에서 기억하고 추모하고 애도하는 모습을 기록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이들이 책을 사고도 너무 슬프고 힘들까 봐 책을 읽기 두렵다고 말한다”며 “하지만 20~30대 젊은이들이 용기를 내 증언하고, 힘든 참사를 겪었음에도 꿋꿋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담았으니 이들의 용기에 응원과 화답하는 마음으로 많이 읽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