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전오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권전오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원

 

몇 해 전 뉴스를 보니 인도 서부에 대규모 메뚜기떼가 나타났다고 한다. 메뚜기떼는 옥수수를 비롯한 농작물을 보이는 족족 먹어치워 그 지역 농업경제에 커다란 피해를 주고 있었다. 이러한 자연재해는 가난한 농민들에게 더 큰 영향을 줘 그들의 생존권까지 위협한다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도에 창궐한 메뚜기떼는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중동의 아라비아반도를 거쳐 인도에 이르렀다. 어떤 때에는 중국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국제적인 자연재앙이다.

뉴스에서는 메뚜기떼 창궐의 근본 원인 중 하나가 천적인 참새와 같은 작은 새들이 없기 때문이란다. 옛날, 참새와 같은 작은 새들이 농작물에 피해를 줘, 아프리카 농민들이 이들 작은 새들을 대대적으로 소탕하였고 이후 천적이 없어진 메뚜기들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는 해설이었다.

인천 부둣가를 다녀보면 고양이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주말, 차량이 많이 다니지 않는 부둣가 도로 위를 유유히 걷고 있는 고양이를 보면 걷는 자세와 위세가 자못 당당하다. 고양이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가 없는 상황에서 부둣가 고양이는 백수의 왕 호랑이의 위풍당당함을 보여준다. 자전거를 타고 둘러본 부둣가에서 참으로 많은 들고양이를 만났다. 그리고 잠시 쉬려고 앉은 바닷가에서는 또 다른 생명체를 만났다. 쥐다. 바닷가에서 산책하거나 낚시를 하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은밀히 움직이는 쥐가 음식물 부스러기를 먹으려다 나와 아주 가까이서 눈길이 마주쳤다. 눈길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 숨어버린다. 대낮이고 사람이 많은데도 먹이를 찾아 나선 걸 보면 배가 많이 고팠던 모양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나 활동이 잦아지는 야간에는 쥐들이 바닷가를 주름잡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쥐들은 사람들이 버린 음식물을 먹이로 하여, 바닷가 돌 틈과 후미진 곳에 번성하고 있을 것이다. 부둣가에 고양이가 없어진다면 상황이 어떻게 변할까?

인천항에서 가까운 어느 고등학교를 지나다 보니 건물 전체에 녹색 그물이 처져있었다. 혹시 하는 생각에 행정실에 전화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비둘기를 막기 위해, 기억이 나지 않는 오랜 시간 전부터 그물망을 치고 산다고 했다. 비둘기로 인한 피해가 생각보다 심각한 것이다. 인천항에는 곡물창고가 많은데 이곳에서도 비둘기로 인한 피해가 크다고 하니 비둘기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지혜를 모아봐야겠다.

한때, 평화의 상징이라 하여 큰 행사 때마다 비둘기를 날리고 공원마다 비둘기 집을 지어 번성하도록 장려한 적이 있었다. 먹이를 주면 쉽게 다가오는 비둘기의 친화력도 대량 번성에 한몫했을 것이다. 지금도 많은 시민이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고 먹이 먹는 새들을 행복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인공화된 도시환경에 완벽히 적응한 비둘기를 지저분하다고 내쫓기에는 이미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이 밤새 북적였던 바닷가나 상가 거리를 이른 아침에 나가보면, 사람들이 버린 수많은 쓰레기가 보인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열심히 먹이를 먹고 있는 비둘기떼를 만나게 된다. 비둘기들은 사람들이 버린 음식물을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비둘기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순기능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작은 참새든, 고양이든, 비둘기든, 모든 생명체는 그 종이 처한 환경 속에서 모두 생존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인간이 발명한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일컬어지는 도시에서 이들 생명체와 공존하는 지혜를 찾아봐야 할 것 같다.

/권전오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