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둔갑한 철제 사용 교량 설치
유네스코 세계유산 명성 무색

전문가 “고증 절차 없이 지어져
역사 왜곡·혼란 야기…경계를”
▲ 수원화성 성곽 팔달문~서장대 구간 중 팔달산 둘레길를 관통하는 홍해문 아치 부문이 돌 색깔의 철판 구조물(붉은선 안)로 덧되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천장 철판 구조물 일부가 부식이 진행되고 있다. /김철빈기자 narodo@incheonilbo.com
▲ 수원화성 성곽 팔달문~서장대 구간 중 팔달산 둘레길를 관통하는 홍해문 아치 부문이 돌 색깔의 철판 구조물(붉은선 안)로 덧되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30일 천장 철판 구조물 일부가 부식이 진행되고 있다. /김철빈기자 narodo@incheonilbo.com

올해 12월, 28년 만에 마침표를 찍는 수원화성행궁이 복원정비사업의 막바지 작업을 앞두고 '엉터리 복원'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소재가 불분명했던 남포루 아래 성곽 구간에 쓰인 이른바 '짝퉁 성곽'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쟁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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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루로 이어진 화성 구간의 교량이 역사적 고증에 따라 흙이나 돌을 쌓아 구현해 놓은 대다수의 방식과 달리 철판 소재가 사용되면서 논란에 불씨를 지피고 있다.

돌이 아닌데도 감쪽같이 돌로 둔갑한 철제 교량이 별다른 고증 절차없이 지어져 역사적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철판 내부는 텅 빈 골조만 있는 형태로 관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천장 곳곳이 부식되는 등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명성을 무색해 하고 있다.

1995년부터 추진한 수원화성행궁복원정비사업 당시에도 일제강점기에 단절됐던 장안문과 성곽 간의 교량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철재 육교 설치 문제를 놓고 찬반 논쟁이 일었다.

성곽과 어울리는 형태의 교량을 짓고자 했던 수원시의 주장과 원형과 명확히 구별될 수 있도록 철제 교량 건설을 주문한 문화재청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장안문과의 부조화 문제가 논란이 됐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역사학자는 “수원 화성에는 아치 형태가 아닌 일자 형태의 교량 형태만을 보인다. '화성성역의궤'를 기반을 둬 이뤄진 복원 작업이다. 그러나 해당 구간은 화성성역의궤에 나와 있지 않다 보니 주요 시설을 제외한 시설들에 대해선 대부분 명확한 고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지어졌거나 문화재 형상변경을 통해 완전히 다른 형태로 지어졌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그럴싸한 가짜 복원은 역사 가치관에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충영 도시계획학 박사는 “수원화성은 복원 당시 심재덕 전 시장이자 수원문화원장의 문화재 활용정책에 따라 화성을 적극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전개됐었다. 시민들이 성곽 전체를 돌아볼 수 있도록 복원하는 과정에서 팔달산 회주도로를 만들기 위해 화성 성곽 일부의 훼손을 감행하기도 했다. 남포루 교량 구간 역시 문화재 형상변경을 하면서 시민 편의에 맞춰 생겨난 형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소재가 무엇이 쓰였느냐 보다 중요한 건 소위 말하는 '짝퉁 복원'을 경계 해야 한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원형이 아닌 것은 원형같이 복원하지 마라'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무너지면 무너진 채로 두는 것이 원형에 가까운 복원인데 원형처럼 보이려고 그럴싸하게 복원한 형태가 오히려 역사의 왜곡과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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