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대전환 시대 미래 청사진 모색

미국 텔로사·말레이 바이오디버시티 등
세계 각국서 다양한 '미래도시 모델' 제시

인천시 미래 공간 구조 마스터플랜 구상
메타버스 등 첨단 기술 기반 '스마트 도시'
저성장·환경 파괴 대응 '지속가능한 도시'
전염병·재난에 회복력 갖춘 '안전한 도시'
관용 기반 '창조적 도시' 중심 가치 담아야

바야흐로 도시의 대전환 시대이다. SF영화에서 보았던 자율주행 자동차와 도심항공교통수단(UAM)으로 이동하면서 가상공간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메타버스를 통해 사람들과 교류하며 삶과 여가를 공유하는 세상이다. 나무와 새, 나비와 함께 살아가는 초고층 아파트 생활과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를 태양열과 풍력으로 자급자족하는 도시 등 멀게만 느껴졌던 미래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등 최첨단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류가 처음 겪는 글로벌 재난인 코로나 팬데믹은 이러한 변화를 급속도로 가속화했다. 더불어 장수 혁명과 낮은 출산율이라는 인구구조의 변화,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위기와 자연재해가 심각해지면서 지금까지의 모든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18세기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이 대전환의 가장 큰 원인이자, 그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현대인의 삶과 생산의 기반인 도시, 그리고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임에 분명하다. 그러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질 미래도시는 과연 어떻게 만들어 가야할 것인가? 아직 오지 않은 인천의 미래를 준비하며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 미국 스마트시티 텔로사(Telosa). /출처=cityoftelosa.com.jpg
▲ 미국 스마트시티 텔로사(Telosa). /출처=cityoftelosa.com.jpg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미래도시에 대한 새로운 개념과 모델이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 친환경 신도시 프로젝트 네옴(NEOM), 미국의 사막 한가운데 세워지는 인구 500만 규모의 미래도시 텔로사(Telosa City), 말레이시아 해안에 조성되는 인공섬 바이오디버시티(BiodiverCity Penang), 에너지와 식량을 자급자족하는 멕시코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포레스트시티(FOREST CITY) 등 이미 세계 각국에서 야심찬 미래도시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도시 모델은 스마트도시·친환경도시를 거쳐 생태도시, 순환도시, 탄소중립도시, 에너지자립도시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부동산, 건축 등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환경, 생태,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가 서로 융·복합되면서 점점 더 광범위하고 복잡하게 연결되는 추세이다.

▲ 말레이시아 바이오디버시티 페낭(BiodiverCity Penang). /출처=big.dk.jpg
▲ 말레이시아 바이오디버시티 페낭(BiodiverCity Penang). /출처=big.dk.jpg

또한 주목할 점은 미래도시의 기준이 이미 한 국가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공통 아젠다로 확대되었으며, 목표는 정성적 가치가 정량화된 수치로 환산되는 글로벌 지표라는 것이다. 예컨대 각 국가는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UN-SDGs)를 근간으로 국가 지속가능발전목표(K-SDGs)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따라 2050 탄소제로를 위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수립하여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있다. 이를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공공영역에서는 새로운 법과 정책을 속속 제도화하고 있으며, 민간영역에서는 정량적인 재무적 성과 이외에 사회·환경 등 정성적 가치까지 포함하는 RE100, ESG 등으로 기업의 경영 기준으로 순환되는 구조이다.

▲ K-SDGs(제4차 지속가능발전기본계획). /출처=지속가능발전포털
▲ K-SDGs(제4차 지속가능발전기본계획). /출처=지속가능발전포털

이러한 복잡하고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맞게 인천 역시 지난 3월 시민이 행복한 초일류도시 구현을 위한 '뉴 홍콩 시티 프로젝트' 비전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도시가치를 담아 낼 인천의 미래상과 신성장 산업을 제시하고, 시민들의 삶을 담아 낼 미래 도시의 공간 구조와 관리를 위한 마스터플랜 구상이 진행 중이다. 이 미래도시 구상은 2030년 이후 장기적으로는 2050년을 목표로 시민과 행정, 수많은 이해관계자, 그리고 현재와 미래세대와 함께 만들어 나가는 거대한 지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지도가 실현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양한 생각과 시도 과정에서 갈등과 시행착오도 불가피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그 지도를 그려나감에 있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미래도시 인천의 중심 가치를 다음의 네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첨단산업과 기술발전에 대응하는 스마트 도시(Smart city)이다.

이제는 현실이 된 메타버스와 디지털트윈,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 그리고 로봇기술 등은 과거 산업혁명, 디지털혁명처럼 기술적 진보 차원이 아닌 획기적 신세계를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신기술과 제조·서비스 산업이 서로 융·복합되면서 새로운 생산시스템과 비즈니스 모델이 창조된다. 따라서 미래 도시는 이전 세대가 경험해보지 않은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경제, 재택 및 원격근무 등 노동과 거주 환경의 변화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이제까지의 도시계획 및 개발의 기준이었던 인구·경제·산업·교통 등 정량적 지표와 용도 중심의 토지이용계획의 재편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물리적인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발전한 스마트 도시는 미래도시가 목표로 하는 모든 가치를 현실화 하는 기본적인 수단이자 핵심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둘째, 저성장시대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도시(Sustainable city)이다.

고성장시대를 거치면서 전성기를 맞이하였던 도시는 이제 늙어가고 있으며, 미래의 저성장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신도시 주택과 인프라 개발 등 기존의 양적인 성장에 따른 환경 파괴와 자연 재해 등 반작용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도시는 과거와 다른 가치인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추구하여야 한다. 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에서 시작된 이 개념은 2022년 제정된 지속가능발전법에서 '경제·사회·환경의 균형과 조화를 통하여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과 포용적 사회, 기후 및 환경 위기 극복을 추구함으로써 현재 세대는 물론 미래 세대가 보다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정의됐다. 국가 지속가능목표(K-SDGs) 총 17개 중 특히 11번은 '지속가능한 도시와 거주지 조성'으로 미래 도시가 질적인 성장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시작점이다. 세부과제로는 적절하고 부담 가능한 가격의 주택과 기본서비스에 대한 접근 보장, 노후 주거지의 환경 개선, 여성, 아동, 장애인, 노인 등 취약계층을 고려한 대중교통 확대, 도시의 포용성과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며, 주거지에 대한 참여적, 통합적 계획 및 관리 역량 강화 등 앞으로의 도시가 갖추어 할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 중국 상하이 1000 Trees. /출처=헤더윅(heatherwick) 스튜디오 홈페이지
▲ 중국 상하이 1000 Trees. /출처=헤더윅(heatherwick) 스튜디오 홈페이지

셋째, 회복력 있는 안전한 도시(Resilient Cities)이다.

과거 천연두, 페스트, 스페인독감 등의 전염병은 모두 전 세계적으로 전파되어 사회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초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금번 코로나 팬데믹의 특이한 점은 진행과 피해 양상이 한 국가 내에서도 비대칭적이며, 지역과 도시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제까지 도시의 강점이었던 인구 밀집 및 고밀도 인프라가 질병 전파의 가장 큰 위험요소로 등장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강제적인 물리적 공간과 사회적 활동 분리로 나타났다. 점점 더 대형화·복합화 되는 미세먼지, 폭염, 폭우, 폭설 등의 기후 재난 역시 도시에서의 피해가 심각하고 대도시일수록 예방과 대응은 더욱 어렵다. 따라서 최근 도시의 안전 문제는 모여 사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함께 기존의 재난 이후 복구 차원이 아니라 재난 발생 이전보다 더 나은 상태를 목표로 하는 '도시 회복력'으로 확장되고 있다. 미래도시는 재난관리 4단계 예방-대비-대응 복구 전 단계에 적용 가능한 광범위한 도시정책과 도시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 도시의 입지와 특성, 환경영향과 재난 위험도 등을 면밀히 분석한 방재 지도를 바탕으로 토지이용 및 건축물, 방재시설 기준 등 하드웨어는 물론 시민들을 위한 정보 전달과 교육, 지원 네트워크 등 소프트웨어, 휴먼웨어까지 포함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 도시와 시민들만의 정체성을 가진 창조적 도시(Creative City)이다,

미래도시가 추구하는 새로운 가치의 핵심은 창조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들어 상호 영향을 통해 대체 불가능한 지적 결과물을 생산해 내어 경제와 산업의 성장으로 연결되는 '창조·창의성'이다. 찰스 랜드리는 창조도시를 '독자적인 예술문화를 육성하고, 지속적, 내생적인 발전을 통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도시, 인간이 자유롭게 창조적 활동을 함으로써 문화와 산업의 창조성이 풍부하며 혁신적이고 유연한 도시 경제 시스템을 갖춘 도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 미래 도시는 입지나 교통, 자원이 아니라 리차드 플로리다가 강조한 큰 관용성(Tolerance)을 가진 도시가 되어야 한다. 도시는 서로 다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들을 수용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하며, 그 창조성은 그 도시만의 고유한 문화로 정착되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의 문화는 문학이나 예술처럼 특정인만이 누리는 정신적이고 교양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도시를 운영하는 사회·경제 시스템이자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양식 그 자체이다.

▲ 밀라노 수직 숲(Bosco Verticale). /출처=건축가 스테파노 보에리(Stefano Boeri) 홈페이지 
▲ 밀라노 수직 숲(Bosco Verticale). /출처=건축가 스테파노 보에리(Stefano Boeri) 홈페이지 

인류 발전의 역사는 도시 발전의 역사이다. 기계의 발명으로 시작된 산업과 도시의 성장, 그리고 그에 따른 문제를 경험했던 18세기 산업혁명시대, 영국의 시인 윌리엄 쿠퍼는 “신은 시골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2023년 올해 태어난 새 생명이 장성한 청년으로 살아갈 2050년 미래 도시 인천을 구상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이 지도가 현실화되기까지 앞으로도 수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아야 할 가치는 도시는 사람이 모여 함께 살면서 함께 만들어 나가는 곳이며, 살고 있는 사람의 삶의 질이 그 변화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미래도시를 통해 미래세대에게 전승해야 하는 유산은 인천이라는 도시의 정체성 아래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인천이라는 도시 문화일 것이다.

▲ 윤세형 iH인천도시공사 미래도시연구소장
▲ 윤세형 iH인천도시공사 미래도시연구소장

/윤세형 iH인천도시공사 미래도시연구소장

/공동기획=인천일보·인천학회·인천도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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