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연 전 인천시약사회장·수필가.
▲김사연 전 인천문인협회장∙수필가

선거철이 다가오면 공천이 관심사가 된다. 공천(公薦)의 뜻을 풀어본다. 공(公)이 '공평하다'는 뜻을 가진 이유는 사사로움(厶)과 상반됨(八)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천(薦)의 유래는 중국 신화에 등장하는 외 뿔 달린 청색 신양(神洋)에 기인한다. 이 동물은 시비를 가리는 신비한 능력이 있어 인간을 대신해 판관을 맡기도 했다. 식성이 까다로워 가늘고 연한 풀을 사람이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상전처럼 모셔야만 먹었다. 훗날 이 연한 풀은 돗자리를 만드는 데 사용되어 '자리'를 뜻하기도 했으며 사람이 받쳐 들던 풀이라 하여 '받들다' '천거한다'란 뜻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 힘 혁신위원회가 윤 핵심 인사에게 텃밭이 아닌 험지에 출마하라는 명을 내렸다. 그들을 안방에 공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국회의원 다수당의 탄핵 독선에 신물이 난 국민은 여야 수평적 힘의 균형을 원하기에 정치 이론과 현실의 체감 온도 차이를 실감하며 혁신위 안을 걱정한다. 국회의원 한 석이라도 더 차지하려는 혁신이 오히려 상대 당에 텃밭까지 내주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해서다.

농지를 개간할 때도 처음부터 텃밭은 없다. 땅을 파고 고랑을 만들다 보면 수년간 크고 작은 돌멩이들을 골라내야 하고 농작물이 자랄 수 있도록 거름을 계속 공급해야 한다. 수시로 무성한 잡초를 뽑고 가뭄이 들면 우리가 갈증을 풀듯 농작물에도 물을 줘야 남 보기에도 흉하지 않다. 이처럼 농부의 희생과 봉사로 얼룩진 발자국 덕분에 번듯한 문전옥답이 된 것이다.

오랜 세월 공들인 텃밭 주인들을 쫓아내고 안방을 누구에게 낙하산 공천하려는지, 유권자들도 낯선 후보에게 마음이 갈지 궁금하다. 밀실 공천을 받은 이들이 과연 당선된 후에 낯선 주민을 위해 봉사할지도 의구심이 간다.

그렇다고 말뚝만 꽂아도 당선될 만큼 여당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것도 아니기에 남의 텃밭에 공천받은 후보도 안심할 수 없다. 선거에는 2등은 없다. 오랫동안 주민과 친화적인 유대를 쌓아온 후보자를 안방의 기득권을 누린 특권층으로 매도하면 안 된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공들인 지역구에 낯선 후보를 내세운다면 토끼와 거북이의 경기 우화처럼 느리지만 꾸준하게 도전해 온 다른 당 2등 후보에게 1등 자리를 넘겨줄 수도 있다.

정치범을 오지 탄광으로 내모는 공산주의 숙청이 아닌, 의석 하나를 건지기 위한 공천이 아닌가. 오랑캐를 무찌르라고 북쪽 변방으로 군대를 보낼 때도 최소한 지형과 산세 정도는 파악하는 장수를 보내는 것이 상식이다.

안방 주인을 험지에 공천하고 텃밭에 생소한 후보를 낙하산 공천하는 국민의 힘 혁신안은 후보자의 공과와 문제 지구당의 경우를 가려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김사연 전 인천문인협회장∙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