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효 인천시 남동구청장
▲ 박종효 인천시 남동구청장

'하얀 코끼리'는 비용만 많이 들고 처치 곤란한 애물단지를 비유하는 표현이다.

태국의 한 왕이 마음에 들지 않는 신하에게 하얀 코끼리를 선물로 주어 코끼리를 관리하며 발생하게 된 과도한 비용으로 인해 그 신하가 파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일화에서 유래된 말이다. 공공체육시설에서 '하얀 코끼리'란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나 국제행사 이후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유지비만 많이 들어가는 시설물이나 투자 현상을 빗대어 말하는 용어다.

인천에도 '하얀 코끼리'가 다수 있다.

남동체육관 등 2014아시안게임을 위해 지어진 경기장들이 대표적인데 아시안게임이 끝난 지 10년이 되어가지만,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매년 수십억 원의 유지·관리 비용으로 적자가 나고 있다. 지난 3월 인천시의회 한 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아시아드 주경기장이 예산 4700억원을 투입했음에도 경기장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해 매년 평균 24억원의 적자가 발생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근 인천시는 41개 경기장을 대상으로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찾기 위해 용역을 실시할 계획이며 수익성과 공익성을 다각적으로 따져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주목할 점은 지역 체육회를 중심으로 생활체육에 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엘리트 선수들 위주로 활용되는 경기장의 활용 범위를 일반 시민들에게 넓혀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활체육에 입문한 시민들이 평생 스포츠로 생활체육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커뮤니티 조성, 실력별 리그대회 개최, 체육시설 확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경기장의 운영 관리를 해당 지역 기초자치단체에 맡기자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는 중이다.

기초자치단체가 경기장을 운영·관리하려면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우선 지역의 재정 상황을 고려해 경기장 운영·관리에 필요한 비용 충당을 위해 시설의 수익적 활용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주민 활용과 편의성이 우선이지만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다면 지속적인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 월드컵 경기장의 경우 대형 할인점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입점하여 임대료 수입으로 흑자 운영 중인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또한 경기장 주변 공간 활용을 통해 체육·문화 복합공간 조성이 필요하다. 남동체육관의 경우 인접한 곳에 럭비경기장, 남동다목적체육관이 있고, 주변에 녹지공간이 이어져 있어서 입지적으로 체육·문화 복합공간이 되기에 충분하다. 남동구와 인천시 차원의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인천시민은 물론 부천, 시흥, 안산시민들이 이곳을 찾아 체육과 문화, 여가, 쇼핑을 즐기고 구도심권인 만수동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내년이면 아시안게임이 열린 지 10년이 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하얀 코끼리'로 불리던 경기장들이 획기적인 운영 분석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지역의 보물단지로 새롭게 태어나길 바란다. 엘리트 선수들의 훈련과 지역주민의 생활체육 공간으로 조화롭게 운영되고, 다양한 문화와 휴식 공간으로 바뀐다면 애물단지인 경기장들은 지역의 보물단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종효 인천시 남동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