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식 H&J산업경제연구소장.
▲ 이완식 H&J산업경제연구소장

최근 유정복 시장의 광폭 행보가 돋보인다. 평소 조용한 시정 스타일을 떨쳐내고 강한 인상을 심으려는 듯한 새로운 모습이 엿보인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최근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추진 중인 경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 안을 두고 정치 포퓰리즘이라고 작심 발언을 했다. 실현 불가능한 허상이자 국민 혼란만 일으킨다고도 했다. 여권은 당과 협의나 정책 이해 노력 없는 직설적인 반응이라며 깊은 유감을 나타냈다. 유 시장의 정치적 고향인 김포 시민들도 불쾌한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유 시장의 소신 발언 배경을 두고 말이 많다. 일부에선 정치 체급 높이기 행보라는 분석을 한다. 다른 쪽에선 총선을 준비하는 유정복 키즈를 위한 선물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소신 발언이라고 하지만 우호세력이 감지되지 않는다고 폄하하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러나 인천시민은 환영 일색이다. 역대 인천시장은 정치적으로 예민한 일에 늘 소신 발언을 아꼈기 때문이다. 조용하기만 하던 유정복 시장은 소신 발언에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양상이다. 여기에 유 시장이 국무총리 하마평에 오른 상황이어서 소신 발언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유 시장의 정치적 소신 발언은 예전에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면서도 찬성을 한 적이 있다. 또 2018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남북평화회담 폄훼에 소신 발언으로 대표와 각을 세우기도 했다.

우리 정치는 언제부턴가 '소신'이 실종됐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당리당략에 따라 자기주장은 사라지기 일쑤다. 공천을 위해서라면 진실이 어떻든, 국민이 어떤 생각을 하든 권력자 비위를 맞추는데 급급했던 것이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더욱이 국민이 직접 뽑은 지자체장이 소신 없이 정치권에 휘둘리면 해당 지역은 혼란스럽기 마련이다. 정체성을 잃을뿐더러 지역 발전은 언감생심이다. 때로는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주민의 이익 극대화에 온 힘을 써야 할 경우가 부지기수다.

유 시장의 행보는 '김포시 서울 편입' 작심 발언 말고도 눈길 끄는 대목이 있다. 다름 아닌 국비 확보를 위한 초당적 협력 요청이 그것이다. 물론 인천시 국회의원 절대다수가 민주당 소속이지만, 쉽지 않은 행보일뿐더러 국민의힘에 미운털이 박힐 수도 있는 일이어서다.

지금 전국에선 메가시티 열풍이 거세다. 대구와 경북, 광주와 전남, 대전과 충남을 합치는 그림이다. 심지어 부산·울산·경남을 묶는 큰그림도 있다. 메가시티를 만들어 수도권에 필적하자는 목소리다. 다양한 셈법이 있겠지만 메가시티 이슈는 피해갈 수 없을 것 같다.

인천시는 수도권 역차별에 서울과 경기보다 상대적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몇 개 남지 않은 공기관마저도 지방에서 눈독을 들여 지켜내기가 버거울 정도다. 땅덩어리는 작고 인구수는 300만명 언저리다. 규모로 봐선 메가시티를 꿈꾸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삐>와 <들>로 유명한 윤정모 작가가 천재 음악가 윤이상의 삶을 그린 소설이 <나비의 꿈>이다. 동백림사건 등 정치적 박해를 받으면서도 분단된 조국의 하나 됨을 위해 동분서주한 윤이상의 염원을 '나비의 꿈'으로 그려낸 것이다. 이번 소신 발언을 계기로 유 시장은 인천의 '나비의 꿈'을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 총선용 전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김포 서울 편입' 논란을 인천 메가시티 이슈로 발전시켜 보는 것은 어떨까. 문민정부 시절 최기선 전 인천시장이 이루지 못한 김포와 부천, 시흥, 안산을 묶는 인천 메가시티는 꿈이기만 할까.

국민의힘이 어떻게 생각하든 유정복 시장의 소신 발언에 인천시민은 열광한다. 인천이 반기는 소신 발언이 메가시티라는 나비효과로 이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인천 메가시티라는 '나비의 꿈'이 소신 발언의 빅픽처이길 꿈을 꿔본다.

/이완식 H&J산업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