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규제 완화라는 현 정부 국정 기조에 맞추기 위해 기존에 추진했던 정책을 유보하거나 포기하는 환경부의 행보에 환경전문가들의 비판과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개발계획에 밀려 180도 뒤집히는 정책의 경우를 보며 환경보전의 마지막 파수꾼이라는 정체성을 지키지 못하고 정치적 외압에 휘둘리는 나약한 환경부의 처지가 안쓰럽기까지 하다.
최근 환경부는 종이컵을 1회용품 사용 금지 품목에서 제외하고,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계도기간의 무기한 연장, 그리고 비닐봉지의 과태료 부과 철회 등 기존의 일회용품 감축 정책을 후퇴시키는 방안을 발표했다. 물론 기존의 일회용 용기, 면도기, 칫솔 등은 계속 제한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이러한 정책 선회는 예견된 것이었다. 이미 지난 8월 환경부는 전국적으로 시행하려던 일회용품 보증금 제도를 중단하고 지자체 여건에 맞추어 자율적으로 추진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이 거세자 뒤늦게 환경부는 탈(脫) 플라스틱이라는 국제적 목표와 일회용품 감량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해명했지만, 시장은 이미 루비콘강을 건너버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책의 핵심은 시그널인데, 이런 추세라면 다른 일회용품도 규제대상에서 풀리는 신호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당장 전국의 식당과 카페에서는 종이컵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기 시작했고, 노점 등 소상공인의 피해를 고려하여 정책유보를 했다는 발표가 무색하게, 도리어 대체상품인 종이 빨대 생산업체들은 판로가 막혀 환경부 앞에서 생존권 시위를 벌이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기존 방침과 상반되는 정책 선회는 다른 환경 분야에서도 이미 진행 중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과 제주도 제2공항이 올해 초 모두 환경영향평가가 승인되어 환경부 손을 떠났고, 4대강 녹조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된 보 철거계획은 보를 다시 유지하며 활용하기로 입장이 뒤바꿨다. 환경교육 관련 예산도 전년 대비 거의 전액 삭감되어 지자체의 환경교육센터, 환경교육도시 지정 정책이 무색해졌다.
한편 이러한 정책 기조의 변화와 더불어 환경부 고위급 인사도 내부 승진이 아닌 타부서 출신으로 이루어졌다. 대통령비서실 출신을 환경부 차관으로 임명한 후 예산과 인사, 조직 등을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장과 물 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물관리정책실장에 국토부 출신을 임명하였다. 이는 기존 환경부 출신들을 경질하고 본부 최고위직 1급 3자리 중 핵심 2자리가 타부서 인사로 전진 배치한 것이다. 이제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헌법소원에 대해서도 산업계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감축 목표라는 환경부의 궁색한 답변은 목표를 너무 낮게 잡아 미래세대에 부담을 주어 세대 간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국가인권위의 견해에도 못 미치는 입장이었다.
이러한 정책의 선회와 인사조치의 결과는 환경부 공무원들에게는 허탈과 자괴감을 주어 내부 분위기는 활력이 떨어지고 침울하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타 부처를 설득하여 탄소 중립을 주도하고 개발부서의 요구에 단호히 환경보전을 지켜냈던 당당한 모습은 볼 수가 없다. 잦은 정책 변경으로 면밀한 검토도 없이 추진하는 오락가락 탁상행정 부서가 되어버렸고, 그간 수차례 정책 실행 의지를 강력히 밝혀놓고 뒤집는 정책 선회로 무책임한 거짓말쟁이 부서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부끄럽고 안타까운 환경부의 초상이다.
/조강희 인천업사이클에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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