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기종 안산환경재단 대표이사·정치학박사.<br>
▲윤기종 (사)남북민간교류협의회 공동대표∙정치학 박사

 

블랙리스트란 '경계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나 그룹들을 분류한 명부'를 말한다. 어떤 기관이나 단체가 구성원들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하여 리스트를 마련하거나 정치적 성향으로 직원들을 나누어 블랙리스트에 올려서 차별하거나 제재하는 일이 종종 있다. 반대로 화이트리스트란 허용되거나 권한이 있는 사람들의 목록이다.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거나 지시하거나 활용하면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그 책임이 또한 크고 무겁다. 박근혜 정부에서 과거 문재인 대표, 박원순 시장을 지지하거나 세월호 참사에 애도를 표한 문화예술계 인사를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기 위해 대통령 비서실장, 정무수석, 문체부 장관이 직권을 남용해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 그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실형을 선고받거나아직까지 재판에 회부 중이다.

블랙리스트는 문화예술계뿐만 아니라 정치권, 공직 사회, 기업, 노동계, 심지어 스포츠계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를 폭넓게 좀 먹고 있다. 블랙리스트에 의한 차별과 부당함은 인권과 정의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우리는 블랙리스트를 만들거나 사용하지 않으며 그러한 행위를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신고하고 규탄해야 한다.

'안산판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안산 지역 사회가 소란스럽다. 안산환경재단에서 직원들을 채용 시기에 따라 정치적 성향으로 구분하여 평가한 문서가 발견되었다. 그 문서에 따라 승진과 표창 수상 등이 이루어졌고, 징계와 보직 이동 등의 불이익을 받는 일이 현실이 되었다.

안산환경재단은 안산시 산하 공공기관으로 안산시의 환경개선 및 보전 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설립된 안산시 출연기관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이에 대해 안산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안산시민사회연대'는 기자회견을 갖고 안산시의 사과와 진상조사, 그리고 관련자 모두에 대해 징계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안산시의회에 대해서는 의회 차원의 조사와 관련 제도 정비 등의 조치를, 수사당국에 대해서는 철저히 수사하여 전모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이고 근본이며 존재 이유이다. 이러한 지방자치의 공간에서조차 구성원들에게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고 공공연히 편 가르고 공공연히 줄 세우고 인위적으로 물갈이하겠다는 생각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갈등을 조장하고 혼란만 증폭시킬 뿐이다. 이와 같은 행위는 지방자치의 발전을 가로막고 국익을 해치는 그냥 민주주의의 '적'이다.

안산판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안산환경재단의 박현규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혐의를 부정하며 “저는 감사를 의뢰해서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해당 문건을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사실이 있다면 민·형사상 모든 처벌을 받겠다”고 말했다.

안산시민사회연대의 요구와 안산환경재단 박현규 대표의 주장대로 '안산판 블랙리스트', 이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밝히는 일이 매우 중요해졌다. 그러기 위해 사법 당국에 수사를 의뢰해서 법적인 판단을 받고 책임이 있다면 책임을 지고 무고하다면 억울함을 풀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안산이 살고 그래야 훼손된 '지방자치'를 되살릴 수 있다.

/윤기종 (사)남북민간교류협의회 공동대표∙정치학 박사